누가 3권분립을 몰라서 청와대에 호소하는가!
오늘(12월 18일) 오전 유튜브로 방송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청와대 청원 답변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청원인과 20만이 넘는 시민들이 이러려고 절박하게 호소했던가 허탈과 절망감이 가시지 않는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언급하기 어렵다”, “3권분립에 따라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청원에 대한 답변에는 한계가 있다”는 답변인지 변명인지 아무말인지가 단 3분에 걸쳐 담당부처 책임자도 아닌 청원방송 진행자 디지털소통센터장을 통해 발표된 것이 청와대 입장의 전부였다.
당연히 대통령은 ‘임금’이 아니고 청와대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 부하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도 2심 고등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해군 박 모 소령과 김 모 대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선고가 아직 남아있고, 여기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야 없다.
설마 시민들이 이걸 몰라 대통령에게 탄원했겠는가. 3권분립을 모르고, 행정부 직무를 몰라 청와대 청원을 했겠는가. 이런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할 거라면 애초에 청와대 청원을 왜 받는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 고질적인 군대 내 성폭력, 만연한 성차별과 참담한 여성 인권, 군사법원의 폐해, 사법절차의 성인지 부족 등이 한꺼번에 응축해 터진 참혹한 범죄다. 이 땅의 여성, 성소수자, 군인들은 본 가해의 악질성에 몸을 떨었고, 수많은 시민이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이기보다 추가 가해에 가까웠던 고등군사법원 재판과정에 공분했다.
청원 참여인들은 본 사건에 담긴 복합적이고 중첩적인 여성·성소수자 폭력과 인권침해 및 군 사법체계 구조적 문제, 군의 성인지 수준에 청와대의 입장과 범정부적 대책을 묻고 싶었던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립할 때, 강자와 약자가 충돌할 때, 사회적 탄압에 소수자가 맞설 때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마땅한 국가의 태도가 아니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막강한 권한을 정당히 행사하지 않고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무책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청와대의 답변은 끔찍이 실망스러우나 새롭지는 않다. 그 무엇도 하지 않는 것으로 무능을 감추는 국가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본 사건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 젠더폭력 문제, 성소수자 혐오문제 등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 야만적인 세상을 뒤집어엎고야 말겠다고 결의한 우리는 이후 진행될 상고심 재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주시하며, 이 악질적인 폭력이 제대로 심판받고 피해자의 인권과 정의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피해생존자에게 굳건한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2018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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