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이나 여고, 또는 여대에 다니면 레즈비언이 될 확률이 높나요?
여중, 여고, 여대처럼 상대적으로 남성이 드문 환경에서 여성끼리 생활을 하게 되면 이에 영향을 받아 레즈비언이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성과의 관계가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보니 대신에 여성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성 관계만이 정상이고 동성 관계는 궁여지책일 뿐이라는 뜻으로, 여성은 남성과 관계 맺을 환경만 된다면 당연히 남성과 관계를 맺으리라는 편견을 전제로 합니다. 여성간의 관계는 남녀 관계보다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는 편견 또한 깔려 있습니다.
여중, 여고, 여대는 여성간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에 비교적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동성에 대한 이끌림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작업을 억압하고 검열하는 이성애중심적인 사회에서, 그러한 이끌림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탐색하도록 해 주는 환경이 존재한다면 그건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니까요. 어떤 여성이 여중, 여고나 여대에 다니면서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이름 붙이게 되었다면 그녀가 처한 환경이 그녀가 정체화 하는 계기로서 꽤 괜찮은 기능을 한 겁니다. ‘분위기에 휩쓸렸다’거나 ‘주변 환경에 물들어서 동성애자가 되었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판단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