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때 동성에게 우정 이상의 호감을 느끼곤 하는 것, 한 때 아닌가요?
상담소를 방문하는 많은 십대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동성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지요. 우리 주위에선 ‘이성을 좋아해야 할 청소년들이 아직 어리고 철이 덜 들어서 동성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한 때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성을 만나게 되어있다면서, 십대들의 감정과 고민을 가볍게 무시해버리지요.
십대들 중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이라고 여기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억지로라도 이 시기를 피하기 위해 혹은 빨리 지나치기 위해 애쓰며 힘든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동성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십대 시기의 현상일 뿐일까요? 이성에게 끌리는 감정은 지속적이고, 동성에게 끌리는 감정은 일시적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성인들이 십대들의 감정과 경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쉽게 단정을 짓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지극히 성인 위주여서 십대들의 생각이나 판단을 덮어놓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노골적으로 말하면, 많은 경우 성인들은 십대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가서 공부만 하기를 바라지요. 게다가 우리 사회가 워낙 동성애 자체를 금기시하고 왜곡된 것으로 취급하다 보니, 동성을 향한 십대들의 진지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십대 때는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만, 더불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십대 때는 정신적인 성숙과 변화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정체성 교육이 필요한 시기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고민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선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학교에선 동성애를 죄악시하거나 일탈행위로 보며 금지하고자 하는 분위기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십대들이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이나 경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기란 무척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건강한 관계 맺기가 중요한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성애만이 옳고 동성애를 그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채 이성애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지요. 만일 정체성에 대해 편견 없는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었더라면, 사회가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무시한 채 이성애자처럼 사는 삶을 택하는 사람들의 수는 훨씬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얘기해보면, 십대 때 동성을 사랑하는 경험을 한 사람이 평생 동성애자 정체성을 가지고 산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그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많은 레즈비언들이 십대 때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나, 동성이 아닌 이성과 연애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답니다. 즉, 십대의 동성애가 “한 때”라는 말은 편견일 뿐, 근거가 없는 얘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