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때 동성을 좋아하는 건 일시적 혼란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동성애자라고 확신하나요?
동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혼란과 경험으로 가볍게 일축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가령 이성과 만나기 전의 과도기적 관계로 치부하며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지요. 그런데 이 또한 편견이 아닐까요. 십대 시기에 이성을 좋아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것을 일시적인 이성애 경험으로 간주하거나 그를 토대로 섣불리 이성애자로 확신해서는 안 된다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더욱이 어리다는 이유로 십대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사소하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십대 시기는 보통 자신이 누구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때이기에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구체화되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주변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물론 동성의 상대에게 느끼는 호감은 곧 지나가 버릴 수도 있고 평생에 걸쳐 꾸준히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모두 확신할 수는 없다 해도 지금의 감정은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며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사랑의 감정은 처음에는 무척 낯설고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대가 동성이기에 더욱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요. 그럴수록 당사자와 주변 지인들은 동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당장 알고 싶다는 조급함 등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 감정을 우선 기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정체성에 대한 답도 좀 더 또렷해질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삶은 어떠했고 앞으로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나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이를 떠나 누구든 자신을 동성애자로서 규정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정체성은 고정불변하는 것이기보다는 유동적이며, 한 번 규정한 성정체성에 대해 나중에 다시 고민할 계기를 맞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건 또 그때 가서 고민할 일입니다. 십대 시절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뒤 변함없이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사람, 이성애자로 살아가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자신을 동성애자로 규정하는 사람, 동성애자로 살아가다 양성애자로 재정체화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하나하나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