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평등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 22대 국회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
지난 1월 9일, 진보당 손솔 의원을 대표로 한 10명의 국회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였다.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발의는 오랫동안 미뤄져 왔던 과제를 다시 국회의 장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번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이번 발의가 차별과 혐오, 폭력 없는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누구도 자신의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가족 형태, 건강 상태, 출신 배경 등을 이유로 배제되거나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평등’과 ‘존엄’의 요구 역시, 일상의 차별과 불안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목소리였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오랜 시간 여성 성소수자들의 삶의 현장에서 상담과 지원 활동을 이어왔다. 상담소를 찾는 많은 여성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의 폭력, 고용과 주거에서의 배제, 의료·복지 등 공적 제도 접근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성별과 성적지향이 교차하는 위치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쉽게 개인의 선택이나 관계 문제로 축소되며, 그 과정에서 폭력은 반복되고 은폐된다. 법과 제도의 공백 속에서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져 왔다. 차별금지법은 이와 같은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사회의 책임으로 다시 위치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발의를 넘어 제정으로”라는 표제가 보여주듯, 이번 차별금지법 발의가 또 하나의 선언에만 그친다면, 국회는 시민들이 요구해 온 평등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외면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이번 정부야 말로 빛의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만큼 평등을 향한 사회적 합의가 이미 충분히 축적되었음을 직시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차별과 혐오, 폭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차별금지법이 일상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법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할 것이다.
2026년 1월 12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