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는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최소한 기독교도라면 동성애자가 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기독교도라면 동성애자가 될 수 없다고요? 기독교를 믿는 동성애자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물론 다른 종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 중엔 교회에서 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활동하지는 않지만 평소 마음 깊숙이 기도를 올리며 신앙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요.
기독교와 동성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먼저 이렇게 생각해보았으면 해요.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믿음, 소망, 사랑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지요. 세상에서 고통 받는 자 다 내게로 오라던 그 말씀은 누구를 향해 주어진 말씀인지에 대해서도요. 기독교의 기본 정신은 세상에서 핍박을 받는 사람들도 믿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런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란 이유로 특정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억압해선 안되겠지요.
신이 성서를 통해 동성애를 반대하고 동성애가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씀했다는 이야기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요. 정확하게 말하면, 신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의 말씀을 왜곡해서 동성애자를 박해해왔기 때문입니다. 성서는 인간의 역사와 인간의 언어를 담고 있는 만큼, 언제나 새롭게 읽히고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글귀죠. 성서는 다양한 버전과 해석이 존재하며 오랜 기간 동안 다시 쓰여져 왔고, 지금까지도 새로 발굴되고 있답니다.
성서 구절들이 옛날 옛적의 것으로 머물러 있다면,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경전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어려울 거에요. 성서에는 여성차별적이거나 이민족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구절들도 있지만, 교회에서는 신이 여성을 차별하고 이민족을 차별한다고 가르치지는 않지요. 오히려 신 앞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원래 기독교의 정신에 더 가까울 거에요. 동성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혹여, 성서 구절에 동성애를 금하는 듯 보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다시 해석되어야 합니다. 동성애를 비하하거나 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투영해서 성서 구절을 해석해낸 건 아닐까 의심해보아야 하고요. 동성애를 금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손님 환대의 법칙’을 어긴 것이지 동성애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다 상세히 알려주는 책들도 나와있는데 그 중 다니엘 헬미니악의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라고, 해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권하고 싶네요. 사회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우리가 동성애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가장 먼저 올바른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위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들은 편견과 혐오를 재생산할 뿐이니까요.
기독교를 믿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종교인들의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과 신앙이 배치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자살기도를 하는 이도 있고, 신앙을 포기하기도 하며, 불행을 감수해가며 억지로 이성애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습니다. 슬프고 잔인한 현실이지요. 이런 일들이 계속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기독교를 믿는 동성애자들도 많고, 성직자인 동성애자들도 있습니다. 또한 기독교인들 중에서 동성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이들 모두 신의 사랑과 기독교의 정신과 윤리를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들의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동성애자를 위한 교회도 존재하지요. 우리 사회도 기독교와 동성애를 둘러싼 많은 오해를 적극적으로 깨나가고,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신앙 사이에서 번민하는 일도 줄어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