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고 영화 번개 기회만 노리던 〈사포의 서재〉팀에 반가운 영화 개봉 소식이 스캔되었습니다. 제목도 간질간질한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대단한 화제작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홍콩영화였구요. 두 여고생의 달달한 투 샷으로 도배된 영화 홍보 스틸컷들을 훑어보며 이 영화를 2022년 첫 상담소 영화 번개작으로 선정해야겠다는 강함 예감이 왔습니다.
요새 영화들은 흥행작이 아니면 상영 기간이 너무 짧기에 개봉하자마자, 영화 상영 일정이 나오자마자 번개 일정을 정하고 홍보에 들어갔어요. 빡빡한 홍보 일정에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회원 여러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신청을 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용산에서 소집된 밤늦은 시간의 번개였지만 사포의 서재 활동가 무지,원영,적분을 포함해 회원 두리,미아,하레, 하울, 히디님께서 참여해주셨어요 (리나님은 당일 개인 사정으로 아쉽게 참여하지 못하셨어요ㅠ)
저녁 7시반쯤 만난 저희는 근처 메밀국수를 파는 곳에서 맛난 저녁을 먹었구요, 영화 상영 시작이 늦은 관계로 용산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함께 간단한 쇼핑도 했답니다 ㅎㅎㅎ 그리고 영화가 또 한 시절, 학생 때의 연애 관계가 성인이 되어 부정당하거나 불행하게 끝나는 전형적인 레즈 서사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레즈 영화는 좀 즐거워질 필요가 있다 등등 수다를 나누며 이전에 봤던 레즈영화평들을 즐겁게 나눴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저희의 우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여고시절 나눈 설레이고 깊은 사랑의 감정이, 같은 대학을 다니며 미래를 함께하자는 애절한 약속이, 결국에는 슬픈 엔딩으로 치닫을 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 하지만 영화가 다행히 너무 슬프지만은 않았어요. 두 사람은 본인의 감정들을 일찍 깨닫고 일찍이 인정하고 달콤한 시간을 함께했어요. 사실을 알게된 부모님들도 둘을 무조건 갈라놓기 보다는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였구요. 또 같은 학교 학생들도 둘이 사랑을 인정하는 장면에서 꽤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전처럼 여자 둘의 사랑을 비극으로, 부정당하기만 하는 모습으로 그리진 않아서 그래도 어느정도는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답니다. 자세한 결말은 비밀로 할게요 ㅎㅎㅎㅎ (사실 전-저는 적분입니다- 영화를 보고 엉엉 울고 나왔는데, 저 처럼 통곡하신 분은 딱 1분 이었고, 다른 분들은 비교적 덤덤, 혹은 피곤한 모습으로 영화관을 나오셨습니다 ㅎㅎㅎㅎ 너무 밤늦게라 피곤하셨나봐요)
아무튼! 오랜만에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동양인 레즈의 러브 스토리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들 서둘러 막차를 타느라 짧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만요. 저와 원영님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여주인공 ‘양시영’의 위키와 인스타를 검색하여 ㅎㅎㅎㅎ 양시영의 인스타 일상 사진들을 감상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전 〈사포의 서재〉 영화 번개 (혹은 상영회)가 참 좋더라고요! 항상 많은 회원분들이 오시는 건 아니지만, 여성 퀴어 영화보면서 수다 떨고 요새 재미있게 봤던 퀴어 콘텐츠 얘기도 하고.. 회사가면 사람들 드라마 얘기 참 많이 하잖아요? 헤테로 드라마/영화 얘기 참 많이 하는데, 이렇게 편하게 회원들과 퀴어 콘텐츠가 디폴트인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어서 언제나 좋은 기억이 남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개봉 예정 영화를 스캔하며 영화번개 혹은 상영회 타이밍을 잘 노려보겠습니다. 혹시 함께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거나 번개를 제안하고 싶은 회원분들! lsangdam@hanmail.net 으로 의견 남겨주세요.
++ 영화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 네이버 영화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