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butch), 팸(femme), 전천

부치, 팸, 그리고 전천은 레즈비언의 성별표현 방식 및 관계 내의 역할을 설명하는 단어이다. 먼저 부치는 복장, 말투, 몸짓 등에서 소위 남성적인 방식으로 성별표현을 하고 이를 편안하게 느끼는 레즈비언을 가리킨다. 팸은 이른바 여성적인 성별표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이를 편하게 인식하는 레즈비언이다. 전천, 또는 전천후는 부치와 팸 사이를 오가거나 부치와 팸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는 레즈비언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치, 팸, 그리고 전천이 반드시 한 개인의 성별표현 방식으로만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성관계나 연애 관계 내에서의 능동적 및 수동적인 역할 구분과 관련해 자신을 부치, 팸, 또는 전천이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부치와 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레즈비언 당사자들의 의견은 분화되어 있는 편이다. 부치와 팸이라는 구분이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의 이성애중심주의에서 비롯되었으며 이성애적 관계에서의 남녀 역할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내부적인 비판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치와 팸이라는 용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부치와 팸이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독자적인 하위 문화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여성으로서의 규범적인 성별표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별표현을 실천하기를 선택하는 레즈비언들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서 부치라는 단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위 여성적인 방식으로 성별표현을 하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많은 이성애자 여성과 공유하지만 이성애자 여성과는 다르게 정서적이거나 성적인 끌림이 다른 여성을 향해 있는 사람들이 팸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치와 팸이라는 정체성이 이성애적 남녀 관계의 반복이라기보다는 레즈비언들의 독자적인 경험을 설명하고 규범화된 성별표현 방식과 성별이분법을 위반하며 이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