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국 국회의 반성소수자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참가자들은 자국에서 이미 주변화된 반성소수자 인물들
인권침해적 차별선동의 ‘정당화’를 위해 국회 건물 사용
국제적 망신, 좌시해선 안돼
6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동성애 폐해를 알린다’는 반성소수자 행사 ‘제1회 생명, 가정, 효 세계대회 (Seoul Global Family Convention)’ 가 서울 국회의원회관, 서울역 광장 등지에서 열린다. 우리는 촛불집회와 탄핵의 ‘피플파워’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기준점으로까지 일컬어지는 한국이 이러한 인권침해적 차별선동의 새로운 개척지로 각광을 받는 경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특히 행사의 대관인가를 통해 이에 조력한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 전희경을 규탄한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17개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가 협력하는 이 행사는 스스로를 ‘반동성애 국제대회’라고 칭하고 있으며 참가자들 경력을 ‘국제적인 반동성애 인사’라고 소개한다. 배포된 보도자료에 의하면 “UN과 유럽, 미국 등 서구 사회로부터 밀려드는 국제적인 동성애 합법화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건전한 성윤리와 가정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연대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을 표방한 제목과 달리, 가족, 가정의 다양성과 돌봄을 부정하고 가족형태를 차별하는 이 행사는 진정하게 반가족적이며 반가정적이다.
특히 6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행사는 국회의원 전희경(자유한국당)이 대관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권침해적 행사가 입법부 혹은 공적 기관이 주는 ‘권위’와 ‘정당성’을 차용하기 위해 국회 건물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도 전략적이며 처음은 아니다. 이 반복적인 행태에 국제단체들이 우려를 표했으며 시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 정부는 2015년 자유권규약위원회로부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권고를 받았다. 자유권위원회는 ‘전환치료’ 행사를 예시를 들었지만 근본적으로 공공기관 건물은 인권침해적인 차별선동 행사에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본 오사카의 헤이트스피치 조례에는 공공건물이 이러한 혐오표현과 차별선동의 행사에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렇게 간단하게 한 국회의원에 의하여 이 행사가 개최된다.
이 행사의 국외 참가자 중 티오 리안(THIO Li-ann, 국립싱가포르대학)은 법학 교수로서 국회에서 싱가포르 소도미법 377a의 옹호 발언으로 많은 국내외적 비난을 받았었다. 티오 리안 교수는 2009년 뉴욕대 로스쿨에 방문 인권법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는데 뉴욕대 로스쿨 학생들의 반발과 티오 교수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학장의 입장 표명 이후로 결국 스스로 임명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 영국 Christian Concern)의 단체는 영국에서 존중받는 단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다양성 정책의 위반 소지가 있어 여러 번 행사를 취소당한 적이 있다. 라일 셸튼(Lyle Shelton, 호주)은 정치인 다수가 동성혼을 지지하는 호주에서 더 이상 영향력이 없는데 최근 ‘국제가족단체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The Family)’에 동참하였다. 이는 역시 미국에서 영향력이 없어진 ‘혼인을 위한 전국 조직(National Organization for Marriage)’의 브라이언 브라운이 만든 단체이다.
이러한 인사들은 사실 자국에서는 주변적인 인물이다. 반차별법제, 혼인 평등 등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형식적, 실질적 평등을 이뤄나가는 세계적 경향 속에서 주류 언론에 등장하기가 어렵고 다수의 개신교인들을 대변하지도 못하며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은 이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다른 국가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서구의 차별선동 인사들의 선동으로 인하여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지에 동성애 혐오와 트랜스 혐오가 만연해진 것은 악명이 높다. 최근 몇달간 대만에서 혼인 평등의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던 동안 반성소수자 활동을 조직하는 것에 미국의 차별선동 단체 MassResistance가 깊게 개입한 정황을 언론들이 주목한 바 있다. MassResistance는 미국 남부빈곤법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가 증오그룹(hate group)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물론 이제 혼인 평등을 이룬 대만 같은 곳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들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만 보지도 않는다. 미국 출신 선교사 스캇 라이블리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의 차별선동 활동으로 ‘외국인 불법행위 피해자를 위한 배상청구법’에 근거하여 피소 당해 현재 미국에서 재판 계류 중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선동하는 목사로 유명한 스티븐 앤더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츠와나, 말라위에서 입국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국회의원회관의 연단에 차별선동 인사들이 선다. 이들에게 한국 방문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며 ‘한국 국회 건물에서 개최한 행사에서의 연설’은 그들의 중요한 경력으로 추가될 것이다.
1969년 6월 28일 미국 스톤월 항쟁의 영향으로 6월에는 전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자긍심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자긍심의 달(‘Pride Month’)로도 불리운다. 한국 서울에서도 6월 4일 아시아 성소수자 합창 페스티벌 핸드앤핸드가 최초로 열린다. 다양성을 축복하고 자긍심을 노래하기 위해 서울을 찾아준 아시아 동료들에게 2일의 국회의원회원 행사, 3일 서울역 광장에서의 저들의 ‘퍼레이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게다가 반성소수자 단체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는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운동연합체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의 약칭인 ‘한동협’을 차용한다. 이들에게 갑자기 ‘동성애’는 왜 이다지도 중요하며, 이들은 도대체 6월을 왜 기념하려는 것일까. 이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이 창피한 대비를 또 한번 감내해야 한다.
최근 두 달 동안 뉴욕타임즈, 가디언, AP 등 주요 외신은 한국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사건과 A대위의 유죄 판결 소식을 ‘선진국’ 한국의 충격적이고 어두운 인권침해의 소식으로 전했다. 대만이 사법원의 혼인평등 결정으로 아시아 진보의 희망으로 각광받는 동안 한국은 ‘동성애 단속’으로 27명을 체포한 방글라데시와 게이에게 태형을 집행한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시아에서 ‘후퇴’하는 국가로 같이 자리매김 지어졌다. 그런데 이제 한국 국회건물에서 시대착오적 ‘국제반성소수자 행사’가 개최된다. 안타깝게도 이 망신, 창피 그리고 참담함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한국 사회는 이 상황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2017. 6. 1.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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