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모두의 몸과 마음을 위한 소모임 <레포츠>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우리님의 생생한 후기 전달해 드립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방송된 이후로 풋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을 때, 저도 우연한 계기로 일회성 플랫폼을 이용해 풋살을 체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룰이나 공을 차는 방식 등 기본적인 어떤 것도 몰랐지만, 2시간 동안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이미 수준급인 분들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기도 하면서 풋살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언제든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약 1년간 풋살을 잊고 지냈습니다.
올해 초, 상담소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하여 새로운 소모임을 만들고 운영할 담당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에 불현듯 풋살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모여 뛰면서 땀 흘리고, 그간 쉽게 접해보지 못한 종목의 스포츠를 배우면서 서로 아무런 대화가 없어도 친밀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작년까지 산타올라 소모임에 참여하면서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에 레포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당시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지,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많은 분이 풋살 팀원 모집 공고에 신청해 주시고, 우연히 들어가 있던 풋살 단톡방에서 코치님과 인연이 닿게 되어 큰 걱정 없이 레포츠를 기획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규칙을 만드는 일 또한 쉽지 않았지만, 산타올라 모임을 운영하셨던 하랑님의 도움으로 빠뜨리는 것 없이 차근차근히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레포츠 모임 첫날, 처음 뵙는 분들이 많고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향이라 많이 긴장되었지만, 상담소 활동가 레인님의 도움으로 원활하게 시작할 수 있었고, 코치님이 준비해 오신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으로 어색함 없이 2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시간은 훈련, 남은 1시간은 경기로 진행되는데 모든 팀원분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나날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고, 격주로 진행되는 것이 아쉬울 만큼 훈련에 욕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레포츠에 합류해 주신 팀원분들께서 풋살 경험이 조금 있으신 터라 함께 경기하면서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저와는 달리 공을 잘 다루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 부럽기도 했습니다. 레포츠를 운영한 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나가는데 항상 모든 모임은 즐겁고 또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기대하게 됩니다. 어느덧 풋살 팀원들과 조금씩 가까워져 풋살이 끝난 후 함께 식사하거나,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헤어지는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으면서 삶을 나누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어 나중에라도 계속 생각날 추억이 될 거란 생각에 뜻깊습니다.
레포츠 1기는 연말까지 풋살로 운영되고, 9월 중에는 비회원 대상의 원데이 클래스가 이벤트로 열릴 계획입니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많은 분이 쉽게 풋살을 접하고, 재미를 느끼고 또 상담소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도 2기부터는 또 새로운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고, 여름이나 겨울엔 함께 피서를 가거나 캠핑을 가는 것이 또 다른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