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으로 사오십대까지 살아가는 사람도 있나요?
있습니다. 적지 않습니다. 십대나 이십 대에 자신을 레즈비언이라 이름 붙인 뒤 여전히 레즈비언인 채로 중년에 접어드는 사람도 많고, 중년에 이르러 새삼 성정체성을 탐색하여 그제서야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 규정하는 사람도 상당합니다. 독신으로 이따금씩 누군가와 만나 데이트만 하며 지내는 사람이 있는 한편, 동성 배우자와 이미 오래 가정을 꾸려온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레즈비언들이 마음과 자금을 합쳐 같이 조그만 농장을 일군다거나 저마다의 경조사 등을 가까이서 챙기는 모임도 있습니다. 노년의 삶을 대비해 본격적인 공동체 생활을 기획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 옵니다. 혈연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한 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서나마 결국 이해 받고 지지 받으며 살아가는 레즈비언들이 있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혈연 가족을 완전히 떠나 스스로 만든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레즈비언들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동성애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동성 간의 배우자 관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장치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레즈비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계를 잇고, 가족을 만들고, 함께 살 길을 모색해 왔습니다. 제약과 차별이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대안적인 삶을 구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 흐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나이 들지 않아도 됩니다. 같이 삶을 다져가면 됩니다. 겁먹지 말고 우리 더불어 헤쳐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