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의 양성평등 기본조례안 부결 결정을 규탄한다
-부산시의회는 ‘평등’의 가치를 왜곡하지 말라-
지난 18일, 부산시의회는 젠더 자문관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산광역시 양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 결정을 내렸다. 6월 5일 개정안이 발의된 지 2주 만에 내려진 부결의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젠더’라는 용어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개정조례안은 ‘시정 전반에 성인지 강화 및 성주류화 확산을 위해’, 시장이 젠더자문관을 둘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부산광역시 양성평등 기본 조례」의 목적에 비추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부산동성애대책시민연합 등 동성애혐오세력이 ‘젠더’라는 용어를 갖고 있지도 않은 논란을 만들었다. 이들은 젠더는 성 정체성을 의미하고, 따라서 젠더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동성애, 동성혼 등이 허용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그러나 「부산광역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는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념 어디에서도 성소수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은 도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현재의 조례는 이미 성소수자를 포함한 누구도 성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젠더라는 용어가 들어갈 경우 성소수자가 포함된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이다.
문제는 부산시의회가 이러한 왜곡된 주장을 내치기는커녕 여기에 동조해서 개정조례안을 부결시켜버렸고, 그 결과 양성평등 기본 조례의 의미조차 퇴색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조례의 의미를 이해한 것인지조차 의심이 되는 이러한 결정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강한 규탄과 분노를 표한다.
한편 이번 사태에는 국회와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젠더와 성평등의 의미를 왜곡하는 이러한 주장은 이미 2015년 서울 구로구 양성평등 기본 조례 제정, 2018년 헌법 개정 등 일련의 사건에서 꾸준히 제기된 것임에도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한 확고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하여 왜곡되고 오염된 성평등의 가치가 결국 이번 개정조례안 부결결정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 역시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대전제이다. 젠더라는 용어가 성소수자의 평등을 포함한다고 논란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세력들 앞에 부산시의회가 시민의 대표로서 해야 할 것은 있지도 않는 논란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다. 부산시의회는 이번 개정조례안 부결결정에 부끄러워하고 사죄를 하라. 나아가 성평등의 가치를 더 이상 왜곡하지 말고 누구도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라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고히 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여라.
2019. 6. 19.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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