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트랜지션을 해야만 트랜스젠더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트랜지션(성확정/성전이/성전환을 위한 의료 조치)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 인지하는 성별이 출생 시 지정 받은 성별과 같은가 다른가가 트랜스젠더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형태의 몸을 가졌는가와 상관없이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로서 살아가고 존중 받을 권리를 지닙니다. 트랜지션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을 남성이라고 여기는 사람의 몸은 어떤 형태든 남성의 몸입니다.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지하는 사람의 몸도 어떤 형태를 지녔건 여성의 몸입니다.
트랜지션은 트랜스젠더 개개인이 몸과 성별 사이의 위화감을 해소하고자 선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신의 성별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몸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트랜지션을 꼭 필요로 하는 트랜스젠더가 있는 한편 특별한 의료적 조치 없이도 무리 없이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또한 적지 않습니다. 몸과 성별 사이의 위화감을 얼마나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어떤 단계의 의료적 조치까지 취할 것인가를 저마다 다르게 선택하게 됩니다. 금전 문제나 건강상 이유로 트랜지션 방식과 단계를 조율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트랜지션 여부가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결정짓는 건 아니나 한국 사회에서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트랜지션을 거쳐야 합니다. 국내에는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으나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제 346호(2011.12.5)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 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성전환 수술의 결과 신청인이 생식능력을 상실’하였는지’ 등을 주요 조사사항으로 두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해당 예규에 근거하여 신청인의 법적 성별정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생식능력 제거와 성기성형 여부를 아울러 확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ftm트랜스젠더(트랜스 남성)의 경우 기존 생식 기관을 제거하였다면 새로 성기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도록 한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례와 2014년 울산지방법원 판례 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선례에 따라 법적 성별정정에 요구되는 의료적 조치의 범위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