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로그> http://happylog.naver.com/lsangdam.do ::
_ 2006년 12월 6일
_ 나루
동성애자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합니다. 커밍아웃은 ‘벽장 밖으로 나오다(COMING OUT OF CLOSET)’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동성애자가 정체성을 숨긴 채, 누구와도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는 관계를 맺을 수 없을 때의 상태는 마치 벽장 속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벽장 속의 세계는 어떠할까요? 어두컴컴하고 축축하고 비좁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에게 그러한 벽장이 벽장 밖 세상보다 낫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벽장 밖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벽장 속에 웅크리고 있는다는 것은 너무 외롭고 힘이 듭니다.
이렇게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꼭 내 잘못인 것 같아 자신이 미워질 때도 있습니다. 잘못된 건 동성애자가 아니라, 같은 성의 상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인데도 말이에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그래서 동성애자들이 좀더 안전하게 커밍아웃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삶이 충만하다고 느낄 때는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을 때입니다. 동성애자들에게도 자신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그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 받을 수 있는 관계가 꼭 필요합니다.
동성애자들이 용기를 갖는 것만으로 커밍아웃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관계란 어느 한 쪽의 생각이나 실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성애자들이 우리를 돌팔매질 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결혼을 강요하지 않을 때, 우리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퇴학·퇴직을 시키지 않을 때, 우리와 절교하지 않을 때,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축복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귀중한 관계는 가능합니다.
그 관계를 위해 바로 지금, 노력해주세요. 누군가 당신에게 커밍아웃을 해왔다면, 당신을 믿고 당신이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무에게도 커밍아웃을 받은 적이 없다면, 당신은 아직 동성애자들이 믿을 수 없는 두렵고 싫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당신 곁 어디에나, 언제나, 동성애자는 존재합니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한 명 한 명의 동성애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에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곧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