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광주 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임에도 가을의 훈훈함이 느껴지는 따스한 날이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 금남로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가 함께 모여 존재의 의미를 찾는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점심시간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모여 북적였고, 오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함께 했습니다. 메인 무대 왼쪽으로는 ‘전일빌딩 245’가 보였습니다. 45년 전, 헬기 사격으로 인해 245개의 탄흔이 남았다는 그곳. 불과 반세기 전, 이곳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분들과 생사를 넘나드는 활동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당시의 나라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활동가’라는 단어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고, 제 자신이 작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민주화와 투쟁의 거리에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 더욱 행복하고 소중했습니다. 혹 회원분들께서도 광주에 가신다면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전일빌딩에는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기엔 마음 아픈 내용이 많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줍니다.
광주는 역사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였습니다. 금남로 근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미디어 전시도 훌륭했고, 전날 방문한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방정아 작가님의 개인전을 관람했습니다. 기후 위기, 페미니즘,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 대형 걸개그림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흩어지고 있었어…> 방정아 2025
퀴퍼 덕분에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전시도 보고, 서점도 들르고,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맛집들의 향연까지. 페미니즘과 사회 문제를 두루 다루는 현대 미술과 광주라는 지역의 매력을 풍성하게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깃발 하나 들고 거닐었지만, 내년에는 다릅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저희도 지역 퀴퍼에서 부스를 직접 운영해 볼 예정입니다. 지역에 계신 많은 회원분을 더 가까이에서 뵙고 싶습니다.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글쓴이 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