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웅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며
우리 성소수자 인권운동 진영은 동성애자 효웅의 용기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우리가 그의 양심적 병역 거부를 지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그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자기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있었을 사회적 성역할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치열한 성찰로, 또 이성애 중심적 사회에서 동성애자로서 살아가며 섬세하게 가다듬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폭력적인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있다.
그가 주체적으로 내세우는 여성성은 본질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로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체화하고 의미부여한 여성성이다. 그는 자신에게 깃들여 있다고 인식하는 여성성의 의미를 자아에서 세계로 확장시켜 사랑과 나눔, 보살핌의 질서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그러한 신념과 감정의 체계를 깊게 내면화한 그에게 군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호전적인 환경에서 폭력과 살생의 기술을 익히게 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극악무도한 만행이다.
우리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병역은 단지 국가로부터 부과되는 의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기도 하다. 특히 군대를 다녀온 남성을 ‘정상적 남성’, ‘사람이 된 인간’, ‘올바른 국민’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을 병역에서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일 수도 있다. 또한 군이 신체검사에서 동성애를 정신장애로 규정하여, 동성애자를 병역에서 배제할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의 사회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다시 말해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 유지와 조화로운 발전을 극심하게 위해하는 군대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고민 속에서 형성한 사상과 세계관에 의해,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으며 헌법적으로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따라 병역을 당당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국은 즉각 효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받아들이라.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현재의 제도를 혁신하여 조속히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라. 효웅은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데부터 시작하여,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들에게까지 확장된 자신의 내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뼈아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치열한 자이다. 복무 중에 병역을 거부하여 발생할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내면과 양심의 목소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려는 용기 있는 자이다. 그렇게 자기 양심을 결연히 지키려는 그에게 계속해서 군생활을 강요하거나 처벌을 가한다면 성적 소수자들의 폭발적인 분노와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당국은 성적 소수자들이 인권을 보장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며 군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그리고 반인권적 동성애 행위 처벌 조항인 군형법 제92조를 폐지하고, 동성애를 정신장애로 규정한 국방부령 제556호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의 내용을 즉각 삭제하라. 또한 성적 소수자들이 더 이상 군대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도록 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인권 지침 및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라. 현실적으로 위협적인 조건에서 복무하여야 하는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야만적인 폭력을 계속해서 행사한다면 군대가 인권을 짓밟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오명을 결코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성적 소수자의 이름으로 효웅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지지를 표한다. 성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강제로 부과된 양심에 반하는 병역 이행을 전 존재를 걸고 거부하는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효웅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며 뜨거운 격려와 연대의 의지를 보낸다. 나아가 우리는 모든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는 성적 소수자로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다.
성소수자인권운동단체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위한모임“연분홍치마”,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성소수자네트워크“무지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