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편견을 버리고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
작년 9월과 11월에 복지부와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이 각각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래 지금 국회에서 두 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HIV/AIDS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함에 있어서의 현재의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HIV/AIDS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여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에이즈예방의 방해요소가 되어왔음을 간과하고 있다. 에이즈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나는 동안 에이즈치료제의 발전이 있었고, HIV감염경로가 명확해졌으며, 의학적으로 에이즈는 전염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공포와 감시에 기반해서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엔 20! 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에이즈를 예방하겠다는 법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 에이즈예방법을 개정하는 것은 더는 미뤄져서는 안되며, 국회가 편견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국회는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면 국가의 질병관리에 구멍이 뚫리는 것처럼 인식하는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익명’검사 도입의 취지는 스스로 감염 사실을 조기에 확인하여 치료의 기회를 보장받음과 동시에 자발적인 책임에 기초하여 전파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익명검사와 실명보고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러나 복지부와 국회가 감염인 실명보고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감염인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감염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은 에이즈 감염에 관한 역학적 지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병력정보에 대한 실명보고체계가 감염인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약화시키고, 감염인을 공중보건체계의 외부로 벗어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오히려 에이즈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 광범위하게 지적되어왔다. ‘실명‘보고 체계에서의 ’익명‘검진은 단지 정부의 관리, 통제 시스템으로 유도하는 명목상의 익명이며, ’익명‘이라는 당의(糖衣, sugar-coat)를 입혀 검진 신청자를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 내국인과 외국인간의 차별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에이즈(UNAIDS)와 국제이주기구(IOM)는 2004년 HIV/AIDS 관련 국가 간 여행 규제에 관한 권고안(UNAIDS/IOM Statement on HIV/AIDS-Related Travel Restrictions)에서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제도는 에이즈가 외부에서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조장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외국인에이즈예방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외국인에게 에이즈검진과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도 2005년 5월, ‘외국인 HIV/AIDS 예방과 지원을 위한 서울선언’을 통해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에 반대하고 적절한 상담과 응급치료를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강제퇴거 때문에 외국인 에이즈예방사업이 ? 戀挽?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이런 현실적 문제점을 외면한 채 ‘영어강사들이 에이즈를 퍼트리도록 놔두면 안된다’며 에이즈가 외부에서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스스로 법에 담아두고자 한다.
세 번째, 감염인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국회는 에이즈도 다른 질병처럼 조기에 검사하여 질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치료받도록 감염인을 숨겨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에이즈로 인한 낙인과 차별을 받고 있는 감염인들이 누구보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기자않고 지지와 돌봄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감시와 통제정책이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고 숨어들게 만들어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반성없이 에이즈를 드러내기위한 방식으로 군인이나 재소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장기체류 외국인 등 특정집단에게 강제로 검사를 시켜야 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왜 에이즈검사를 받아야하는지 상담과 설명을 해주는 것조차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안된다고 한다. 또한 실제적인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으로 감염인을 처벌! 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복수심에 퍼트리고 다니도록 놔두면 안 된다’는 발상을 유지한 채 감염인을 악의적,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을 하고 있다.
국회는 여전히 “감시”와 “통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좋아하는 소위 “국민의 정서”라는 것은 편견에 기반을 둔 그들 스스로의 오해이다.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실효성 없는 감시와 통제 속에서 실제 관리되어야 할 “질병”은 퍼져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국민의 정서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국회 스스로 에이즈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와 더불어 사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일이다. 감시와 통제 중심의 에이즈예방법을 개정하는데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며, 진정으로 에이즈예방을 위한 법목적에 맞도록 심의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2007년 10월 5일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윤가브리엘],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나프(Nopi Narara HIV/AIDS people)공동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가협,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 輪求쩜慣퓻諍옜Т? 사회진보연대, 새사회! 연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전국 36개 인권단체)],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건강세상네트워크, 문화연대, 행동하는 의사회, 최용준, 김형석, 김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