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아니고... 그냥 넋두리?

안녕하세요.

감성가득한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한 여학생입니다.

글을 쓴 게 창피하고 후회되서 언제 지울 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말들을 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예전에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이트들을 둘러보다가 다른 성적소수자분들의 이야기를 읽어 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 속에는 참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죠.

살아온 환경 자체가 평범한 저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부터, 연애를 이제껏 한번도 해보지 못한 저에게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느껴지던 사람들까지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다보니 전 너무 평범해 보여 오히려 이런 제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난 그분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데, 어쩌다 난 동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요.

그래서 동질감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멋있는 분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본인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요.

그러면서 덧붙인 이야기는 자신은 자신의 사랑에 굉장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편적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본인은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정말 놀랐고,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전 항상 동성을 사랑하게 되면, 동성을 사랑하게 되는 나 자신도, 그 상황도 모두 싫게 느꼈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성적소수자를 다룬 '어서오세요 305호에'라는 웹툰에도 그런 대사가 나왔었죠.

'나는 함께 있으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 현실 따위는 잊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라는.

위에서 말씀 드린 분이 그런, 함께 있으면 현실 따위는 잊게 해주는 멋있는 연인이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너무나 자신감도 부족하고, 제 자신에 대해 참 너그럽지 못하더라구요.

최근에는 또 한 선배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스스로도 참 어이없을 정도라고 생각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안 그래도 여학교라서 편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 남녀공학보다 불편해지죠.

전 실은 동성애자는 아니고 양성애자입니다.

두 명 정도의 친구에게 커밍아웃도 했구요.

분명 고마운 친구들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절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줬으니까요.

그럼에도 느껴지는 건 인정은 받을 수 있지만 이해는 바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고마운 친구이지만 깊은 고민 같은 건 나눌 수가 없더라구요.

제가 동성에게 느끼는 설레는 감정,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감정, 그런 것들을 그 친구는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그런 부분들을 얘기할 때는 공감해줄 수 없는 친구에게 얘기하는 것은 친구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 제 스스로도 답답하기도 해서 이야기를 삼가게 되더라구요.

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나온 게이커플, 태섭의 아버지도 아들이 동성애자인 것을 인정하고 그의 연인을 인정해주시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본인의 아들이 여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언제나 미련을 갖고 계시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저한테도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예전에 상담받았을 때 정말 감동 받았던 말이 있었는데요.

'이 긴 글을 쓰는 동안
몇 번이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문제삼고,
몇 번이나 다른 나를 상상했을까'

라는 상담소에서의 말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동성 친구에 관한 감정을 느끼고 상담소를 찾아왔을 때 해주셨던 말씀이었죠.

아 이 세상에도 나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의 사랑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정말 끅끅대며 울었습니다.

정말 저는 그 고민 상담을 부탁드리는 글을 쓰는 동안

동성을 사랑하는 나의 감정을 잘못된 감정인 건 아닐까 자꾸 뒤돌아봤고,

아닐거라고 거짓으로 단정짓고,

이성을 사랑하는 저의 모습을 자꾸 상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것만인 정상적이라고 생각됐으니까요.

친구에게는 질타받았던, 이해받지 못했던 감정들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격려받는 순간,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저의 올곧은 마음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토닥여주셨고, 축하해주셨으니까요.

실은 처음으로 상담소에 들렀을 때 글을 작성하는데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상담을 해주시는 지도 잘 알 수 없었고, 또 저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용기내서 상담하시라고 응원해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비록 저는 아직 어리고, 다른 분들이 겪는 삶에 비해 너무나 평범하기도 하고, 창피하게도 연애도 해보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저는 지금도 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요.

여러분과 그 길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왜 같은 반 친구의 치마입은 모습이 그토록 예쁘다고 느꼈는지, 왜 그 친구가 옷을 갈아입을 땐 쳐다볼 수 없었는지.

그런 감정들이 명확해질 때마다 너무 괴로웠지만, 한편으론 전 너무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을요.

그런 과정들을 거쳤다고 해서 이제는 동성을 사랑하는 게 마냥 의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습니다.

아직도 동성인 상대를 좋아하게 되면 일단 망설여지게 되고, 제 스스로가 많이 밉습니다.

또 저와 비슷한 분들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게 아직은 두렵기도 하구요.

그래도, 그렇게 가슴 아프지만, 계속해서 짝사랑을 하는 이유는,

그게 바로 저이고, 제가 사랑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에도 축복이 함께하길, 저의 사랑에도 행복이 있길 바랍니다.

이 이번해엔 연애하고 싶다...


나다운, 나 1

댓글 1개

고민임님의 코멘트

고민임
학교를 재학 중이신 거 보니 비슷한 나이또래인 거 같은데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ㅠㅠㅠㅠㅠ 제가 동성을 좋아하면서 살아왔던 제 생각이나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해주신 거 같아서 격하게 공감하고 갑니다...ㅠ 사실 저도 한 이성애자 친구한테 커밍아웃을 했는데 이해까지 바랄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 사실에 사실 조금  혼자서 투정을 부렸던 거 같아요. 그런데 글쓴이님이 쓴 글보고 그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팍ㅎㅎ 드네요...ㅎ 힐링 글 감사합니다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