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라비토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유리라비토님, 상담소입니다.

레즈비언 사이트를 통해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언니를 알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 언니가 진짜 레즈비언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은지 문의하셨네요.

아무래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되다 보니
상대방을 신뢰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되고,
자칫하다가 유리라비토님의 정체성이 알려지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시는가 봐요.

드물기는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에게
아웃팅을 당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고,
이러한 일이 레즈비언 당사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레즈비언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서도
자꾸 걱정이 되는 마음에 공감이 됩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진짜 레즈비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일상적인 장면에서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마음이나 의도를 들여다보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만날 때에도
이는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만 유리라비토님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직 오프라인 상에서 언니를 직접 만나기 전이라면
바로 만남을 갖기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전화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직장, 이름, 주소 등 유리라비토님의 신상이나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보류해두어도 좋고요.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만날 때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기도 하니까,
이름을 곧바로 알리는 대신 언니에게
닉네임으로 불러달라고 청해볼 수도 있겠어요.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상대방을 만날 때에는
열린 공간에서 만남을 갖고,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어떤 장소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두는 것도 괜찮지요.
유리라비토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성정체성을 알린 정도와 범위에 대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미리 요청을 해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상대방도
유리라비토님과 마찬가지로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자 지인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신다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 언니도 유리라비토님과 꼭 같은 고민을 하면서
조심스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두려운 마음이
조금은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에 하나 상대방이 유리라비토님의 성정체성을 빌미로
아웃팅 협박을 하면서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주저 말고 상담소에 연락하셔서 도움을 청해 주세요.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에 힘을 모아 돕겠습니다.

무엇보다 두렵고 걱정이 되는 마음을 무릅쓰고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자 지인들과
교류하기를 선택하셨다는 것에 대해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에 맞는 지인을 곧바로 발견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소중한 관계를 형성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건강하게 자긍심을 가진 채로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힘을 얻는 것이 꼭 필요하답니다.

상담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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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