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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이반인지 레즈인지 조차도..
동성애가 나쁜 것인조차도 고쳐야 하는 부분인 거 조차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숨기려해도 잘 숨기지가 않아요..
남자들 대할때는 아무 불편없이 얘기도 잘하고 매끄러운데
친구들 대하는 거는 왠지 느낌이 달라요..
그래서 힘들어요..
최근엔 친구하나가 제 곁으로 오더니
이름부터 물어보곤 친하게 지내자는 거예요..
나는 대뜸 그러자고 대답했는데
순간 아차..했었죠.
설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역시나 아니더군요
여러가지로 맘 써주고... 부족한 것마다 다 챙겨주고
나처럼 사람 불편하게도 하지 않고
맘으로 참 든든한 친구예요..
이러다간 그 얠 사랑할 것만 같아요..
처음엔 학창시절에 누구나 다 갖는 아름다운 우정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나도 자신이 없어지려 해요..
감정이 다 커지기 전에 아프지만 그 친구를 단념하려고 해요..
근데 요즘들어 제가 그 친구를 피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친구가 울먹이며 말하더군요..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달라진 내 모습이 힘들다네요..
그 얠 지켜주려던 것인데 그 아이 눈에선 눈물이 나더군요
감정 정리가 안 돼서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뛰쳐나왔죠.
처음 다짐했던 그 맘 변치 않게하기 위해 냉정하게 뿌리쳤는데
맘이 너무 아프네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계속 숨기고 살아야 하는지..
그 전제에는 성에 대한 정체성도 흔들리고
너무 버겁네요..
앞으로 그 얠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그게 제일 걱정되네요..
그 아이가 또 눈물흘릴까봐...

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