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님.


그녀님, 반갑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때문에 많이 힘이 들텐데,
이렇게 상담소를 찾아 주시고, 글도 남겨 주셔서 반갑습니다.

그녀님께서는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이 있고,
이반 친구들도 있고, 이반 업소에도 다니고는 하시는데,
아직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양성애자인지 잘 모르겠고,
레즈비언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면, 무언가 두렵고, 힘이 들고...
그런 상태에 계시는 것 같아요.

지금 자기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역시 그녀님이 생각하시는 그리고 겪고 있는
그 어려움들을 겪어 왔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께서는 그녀님과 같은 고민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고요.

저희가 그녀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더 그녀님 자신을 지켜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내가 레즈비언인지, 양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에 관한 문제는
몇 번의 연애 경험을 한다고 해서, 몇 번의 성경험이 있다고 해서
금새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이 아닌 동성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편안해지기까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을 그 갈등 속에서 지내기도 하지요.

내가 레즈비언인가, 아닌가의 문제에서부터
레즈비언 친구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까지,
모두 단 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는 레즈비언인가?'에 관한
답을 찾아본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관련 정보들을 접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통해서 천천히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된답니다.

그녀님이 용기를 내어 이렇게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 주신 것 역시
그녀님이 그런 고민들을 타인들과 나누고,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지요.

제가 알고 지내는 친구 중 하나는
15년이 넘도록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를 고민했어요.
아주 오랜 시간동안 혼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 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런 모임, 저런 모임 찾아 다니면서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알아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해서 그 친구가 완전하게 레즈비언인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여전히 자신이 레즈비언 모임에 가입을 하고,
모임에서 레즈비언들을 만난다는 것에 불편한 마음을 갖지요.

그래도 그 친구는 끝까지 해보겠다고 해요.
그 길은 결국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면서요.

또 다른 친구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정보를 모으고,
친목모임 활동도 하면서 자신이 레즈비언인가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시에 사랑했던 사람이 동성인 사람이었을 뿐이지,
그 관계가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살펴 본 결과
자신은 충분히 이성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하지만, 이 친구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니,
양성애자이니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해요.

그녀님.
일단은, 우리 상담소 게시판에 올라 와 있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위에 보시면,
[이전게시판] 보이시죠? 그 곳, 게시판에는 그녀님과 같은
고민을 해 온 많은 분들이 계신답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의
경험을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많은 느낌들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요.

그녀님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저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네요. 정리되지 않은 글을 남겨주셔도
저희들은 언제나 환영이니, 편안하게 글을 남겨 주시면 된답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어떤 도움이 필요할때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 주세요.

좋은 하루 시작하시고요.

-2005.04.21.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