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님께.


블루님, 우선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 주셔서 반갑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블루님 자신이
레즈비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많이 괴롭고 힘이 들었을텐데요,
이렇게 용기를 가지고 상담소를 찾아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작고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부담갖지 마시고 들르셔서 고민을 나누어 주시면 된답니다.

블루님께서는 요즈음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같은 학원에 다니는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매우 크고,
동성 연예인인 문근영씨에 대한 마음도
남다른 것 같다고 느끼고, 그런 블루님의 마음을 친구들이
알까 많이 걱정하시는군요.

우선 블루님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레즈비언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들려드릴게요.

스스로 레즈비언인가, 아닌가의 문제에 관한 답을 찾는 것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답니다.

누군가에게는 1-2년의 시간 안에 찾을 수 있는
답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시간을 들여도
찾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 누구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를 결정해 주거나,
답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홀로 외롭게
그 답을 찾아 오랜 시간을 고통스러워 합니다.

그 과정에서 레즈비언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고민의 시간은 줄어들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내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내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가 무엇이 중요하겠냐며
현재의 자신의 감정 상태 자체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블루님께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혹은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 등에 관한 답을 찾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블루님께서 이렇게 우리 상담소 문을 두르려주시고,
고민을 나누어 주시는 용기를 보여준 것 처럼
다른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블루님도 모르게 그런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답니다.

얼마나 블루님께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느냐가 중요하지요.

블루님께서는 현재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
언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동성인 연예인에게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님 스스로 레즈비언인가 아닌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내릴 수는 없을 거에요.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대로 내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의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하는 사람이 있다고해서,
사랑하는 동성인 연예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레즈비언인가 아닌가에 대한
유일한 근거는 될 수 없답니다.

그런 감정 상태를 포함해서 상대에게
내가 가지고 이 감정이 어떤 무게이고,
내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내가 레즈비언지 아닌지에 대한 답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될 수 있거든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블루님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살펴보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들 속에서 블루님 자신을 살피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블루님의 이런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가깝게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친구들에게
블루님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가지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틀린 생각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아예 무시를 해버리거나,
모르기 때문에 가질 필요없는 두려움같은 것을 갖기도 합니다.

무시나 두려움은 곧잘 혐오로 변하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나 동성애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변태니 정신병자니하는 나쁜 평가를 내리면서 혐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잘못 배워왔고, 새롭게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성 친구나 언니에 대한 나의 감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성만 사랑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는 동성인 사람과
사랑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 역사, 전 사회에 살아왔고,
살아가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틀린 주장입니다.

블루님의 친구들 역시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루님 자신도 고민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조차 늘 조심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블루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동성애가 비정상이 아니라 동성애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 사회가 비정상이다"라는 생각에 까지 다다르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답니다.

이 역시도 블루님 스스로 얼마나 오랜 시간,
열심히 고민했는지 따라서 달라질 거랍니다.

앞으로 현재 블루님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
지속될 경우에는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매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블루님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기도 하고, 전달한다고 했을 때
상대의 반응이 어떠할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 단계에서 블루님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올수도 있을텐데,
그럴때일수록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고민을 나누어 주신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더 궁금한 점이이 있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다시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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