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님께.

L님.
남겨주신 글은 짧았지만,
글에서 L님이 느끼고 있는 많은
복잡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늘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다가기가가 매우 조심스럽고,
이번에는 같은 동아리의 친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친구 역시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L님도 알고 있는 상태고요.

레즈비언이든 아니든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게 하는
사람에게 다가서기란 매우 어려운 것 같아요.
상대방이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이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작고 큰 두려움들을 갖기 마련이죠.

좋아한다고 말해볼까, 나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처럼 저 친구도 나를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난 후에 친구가 나를 멀리하면 어떻게 할까? 그냥 친구로 남는 게 나을까?
상처가 생기더라도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할까?....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오를거에요.
그렇게 복잡한 상태에서 어느 것 하나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쉬울리 없죠.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마냥 친구의 반응을 살피면서
지내기도 고통스럽죠.

사실, L님께 이렇게 하면 어때요?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드리기가
참 어려워요.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에요.
원한다면, 친구와의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면,
L님의 그 마음을 전달해 보면 어떨까해요.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생각해 보시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면 더 좋겠지요.

마음을 전달할 때에는 친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아주, 은근하게 친구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도 방법일 거에요.
아주 심각하지 않게, 평소에 L님이 느끼는 친구에 대한
감정을 편안한 어체로 메일에 적어 보낼 수도 있을거에요.

고백을 하고 난 후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죠.
그래서 두려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한다는 건
늘, 그렇게,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잖아요.

조금만 용기를 내어 보시기 바래요.

L님의 상황에 도움이 될만한
명쾌한 생각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그래도 함께 고민 나누고 싶을때는
언제든 다시 들러주세요.

좋은 하루 시작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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