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님, 답변을 드립니다.

 

J 님, 상담원입니다.

칠월 초순 경 남기신 글에 이제야 답변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두 달이나 기다리시게 하고 말았어요.

 

여자를 좋아한다,

남자도 아예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여자가 더 좋다는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명확하게 느껴지는데

본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닌지 둘 사이를 오고 가는지 등

자기 성별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어

그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좋을지

혼란스럽다는 사연이네요.

 

연애하는 사람들은 부러운데

호감가는 여자에게 고백할 자신감도 용기도 없다보니

외딴 데 혼자 떨어진 사람처럼 쓸쓸하고 막막하다는 심정도

토로하셨어요.

 

상담원은 크게 두 가지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본인이 느끼는 바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고 소중히 보듬으며 긍정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더하고 뺄 거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J 님은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분임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게요.

느껴지는 바들을 긍정하는 작업에 대해서요.

 

지금 J 님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정체성 범주는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정체성 탐색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때는

혼란스럽지 않은 경험의 요소부터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혼란스럽지 않고 분명한 느낌에는 무엇이 있나요?

 

일단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다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J 님 고민에 거의 핵심적인 사실입니다.

그러면 거기서 출발하는 겁니다.

 

J 님은 여자가 더 좋아요.

거의 여자만 좋습니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해 주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도 됩니다.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든

남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든

여자이자 동시에 남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든

때로는 여자로 때로는 남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든

다 괜찮아요.

 

그리고 분명한 느낌이 한 가지 더 있지요.

 

남자는 연애 감정을 느낄 대상으로, 

매혹될 대상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여자한테 끌리는 감정이 분명한 만큼

남자한테 마음이 안 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인 셈이지요.

그 사실 역시 고스란히 받아들여 주셔요.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대로

안 내키는 건 안 내키는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돼요.

 

여자로서 남자가 불편한 것이든

남자로서 보기에 남자가 연애 상대로서 매력 없어 보이는 것이든

다 괜찮아요.

 

어떤 성별의 사람에게 더 끌리고 덜 끌리는가

어떤 성별의 사람에게 끌리고 안 끌리는가는

내가 나의 성별을 무어라 느끼는가와 상관없이

다 괜찮아요.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건 곤란하다거나

남자로서 남자를 좋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

즉 동성에 대한 끌림은 나쁘다 옳지 않다는 생각,

그런 생각만 안 하실 수 있으면 돼요.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여자로서 남자를 좋아하는 것과 다름 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끌림이고

남자로서 남자를 좋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에요.

 

어떤 사람으로서 어떤 성별에게 끌리든

자기 마음 속에 생겨난 끌림을

가감없이 소중히 여겨주세요.

검열없이, 죄책감없이 말예요.

 

내가 어떤 성별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성별과 내 성별을 다르게 하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되고

내가 어떤 성별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성만 좋아하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끌리는 방향으로 가는 데는 거리낌을 가지지 마시고,

끌리지 않는 방향으로는 굳이 가려 하지 마셔요.

 

상담원이 드린 말씀을 잘 기억하시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어떤 성별의 사람으로서 무슨 성별의 사람에게 끌리는지에 대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고민해 보셨으면 해요.

 

이때

이른바 여성스러운 느낌이 없다고 해서,

즉, 규범적인 여성성이 자기한테 낯설다고 해서,

스스로 여성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아도 되고,

남성성에 가깝다 느껴지는 성격이 본인에게 있다고 해서,

자신이 남성이라고 여기지는 않아도 돼요.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남성성이 오히려 더 친숙하다 해도 본인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여성이고

여성성이 친숙하고 편안해도 본인이 남성이라고 생각하면 남성이에요.

 

내가 여성인가 남성인가에 대한 자기 인식은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여 규정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형성되지만

그러한 규범에만 기대어 결정되는 건 아니랍니다.

자기가 인식하는 자기 자신의 성별에 따라 살아가시면 돼요.

 

그럼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J 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아주는 매력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그 매력을 알아보아 주기 마련이에요.

 

J 님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아봐 줄 인연을 만날 기회도 찾아올 거예요.

 

그런 기회가 더 자주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J 님 스스로 자기 자신을 더 괜찮은 사람으로 봐 주실 수 있어야 해요.

자기 자신을 직접 더 사랑스럽게 봐 주셔야 해요.

 

자타공인 미인이어야만 예뻐 보이는 게 아녜요.

사람이 예뻐 보이는 데는 여러가지 매력이 작용하는 법이랍니다.

자기 안의 힘, 좋은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마음을 써 보세요.

 

상담원이 드린 말씀이

J 님에게 위로도 되고 길잡이도 되면 참 좋겠어요.

정체성을 고민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연과의 만남을 도모해 나가는 과정에서

또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면 

언제라도 다시 이곳을 찾아 주세요.

 

답변이 늦어진 점 거듭 사과드리며

오늘 상담은 이만 맺습니다.

 

20150905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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