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썬님께

찌썬님, 상담소입니다.

헤어졌던 상대에게 다시 고백할 준비를 하고 계시는군요.
이별 후에 좋아하는 감정을 깨달았는데,
그 상대에게는 새로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으셨어요.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어 반가워요.

비록 그 친구에게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님이 고백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가 봐요.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고요.

만약 그 친구가 다른 사람과
이루어질 확률이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님의 감정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고백할 마음을 가지셨다면
씩씩하게 고백에 대해 고민해나가는 편이 좋겠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님과 같은 상황에서
씩씩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예전 애인에 대한 마음이라고 해도
짝사랑이니까요.
실제로 님께도
여러 힘든 점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올려주신 글에서는
님의 단호함, 자신감이 엿보였어요.
상담원은 님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자 하는 것 같고,
자신을 믿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분 같아서
참 다행스러웠어요.
님께 지지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답니다.

헤어졌던 상대와 다시 사귀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서로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 거예요.
그것은 다시 관계에 진입하는 데도 두려움을 갖게 하죠.
예전 일이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사소한 다툼이나 마음 상함이 잦아지면,
그것은 패턴을 갖게 되기 쉽답니다.
다툼의 이유는 매번 다를지 몰라도,
다툼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사람 모두 언제나 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거예요.

이러한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각자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그것을 고쳐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갖는 게 중요해요.

님은 글에서 사귀는 동안 못되게 굴었다고 적어주셨어요.
설사 그렇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자신을 책망하거나 자학할 필요는 없답니다.
관계에 있어서는 누구든 서투른 부분이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관계맺는 요령, 배려하는 마음, 믿음을
키워나가게 되는 거죠.

때문에 과거에 님이 잘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미련을 갖기보다는요.
님이 상대에게 실수하거나 잘못 대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생각과 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좋겠어요.

고백을 할 때
님이 이전에 했던 잘못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어떠한 교제를 해나갔으면 좋겠는지
그 친구에게 말씀해주신다면,
친구분이 두려움을 덜고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또한 님도 이전의 관계에서
그 친구분으로 인해
실망하고 속상했던 경험이 있으실 터인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친구분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님이 바라는 교제의 상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으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님이 준비를 하고 고백을 하셔도
친구분이 님의 마음을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상담원도 확답을 드리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그 친구분이
님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테니까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고백을 준비하시면 좋겠어요.

찌썬님.
님은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이전의 교제가 후회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겠지요.
앞으로도 님이 겪는 다양한 일들을
님이 성숙하는 데 있어
좋은 양분으로 삼으실 수 있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두 분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될 수 있길,
상담원도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게요.
힘내세요, 님!

-2006.8.23.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상담내용을 옮기거나 이용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사전에 상담소 측에 동의를 구한 다음,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