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글을 읽는 내내 그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같이 고민을 해 보면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지금부터 같이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해요.
연애라는 사건 안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만남과 이별을 선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추억, 혹은 상대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같은 감정들은 이별을 고하는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기도 해서 연애 안에서 먼저 이별을 고하는 내가 무척 나쁜 사람인 것 마냥 느껴지게 만들지요.
그러나 우리는 내가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상대에게 잘못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해야 합니다. 차라리 마음이 없으면서 그 사람을 붙들거나 혹은 그 곁에 남아 서로의 관계를 속이는 것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이별을 거부하는 애인 앞에 가장 처음 고려해야 할 점은 ‘나의 이별이 잘못이 아니다.’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이 이 이별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 서서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간적인 배려를 해 주는 것이지요.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말로서 행동으로서 서로의 관계가 끝났음을 확고하게 전달해 주세요. 헤어짐을 말하다가 매달리면 다시 맘을 돌이키거나, 지방에 가면서 ‘아빠에게 말하면 못 올거라 생각했다지만..’ 올수 있음 와라 라고 하는 등의 행동은 상대방에게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명분을 제공해주고 있어요. 이런 명분의 제공은 상대방에겐 더욱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 수 도 있습니다. 즉, 님의 모호한 태도가 상대에겐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차라리 한번 ‘모진사람’이 되는 것이 긴 안목에서는 님에게나 애인분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애인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하는 것에 기준을 세우세요. 애인분의 과거 가정환경이 무척 안 좋은 것은 상담원으로서도 무척 안타깝지만 그러한 사정 때문에 혹은 여린 맘 때문에 모질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님의 삶을 타인의 이유로 방치한 것과 다름 아니지요. 애인분을 피해 자주 집을 옮겨가게 되는 것은 님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고 애인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심적으로 피해가 되니 말이에요.
애인분을 인간적으로 돕고 싶다는 맘이 있으시다면 님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먼저 확실히 구분 할 필요가 있어요. 님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노력이나 걱정은 서로를 더욱 힘들게만 하니까요. 예를 들어 애인분의 우울증과 집착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안입니다. 또한 과거 가정폭력에 시달려 그때의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이라면 가정폭력상담소나 여성의 전화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도와야 하지, 님이 해결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정이 많고, 사람을 내치지 못하는 고운 심성은 참으로 따뜻한 것이나,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는 입장에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조차 마음을 쓰는 것은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답니다.
세 번째로 협박에 대한 준비를 해두세요. 아우팅이나 자살 협박 앞에 결심을 한다는 것은 사실 누구라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준비를 하면서 겪게 되는 협박은 그 불안이 훨씬 줄어들 뿐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아우팅 같은 경우 최소한의 커밍아웃 선을 생각해 보세요. 어머님께 아우팅을 당한다고 하면 가족 중 님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지인 중 믿을만한 분에게 먼저 님의 상황을 전하고 만일의 사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자살 협박 같은 경우 그것이 님의 안위와 큰 관련이 없는 문제임을 피력하세요. 애인분의 자살협박의 목적은 오로지 님을 자신의 곁에 있도록 하기 위함인 만큼 혹여 그렇게 협박하더라도 님의 결심은 흔들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길 권해 드려요.
쉽게 무엇을 하라고 권할 수 없는 사안임은 틀림없지만, 헤어짐을 확고히 다짐했다면 지금상황에서는 불가피한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소를 할 경우, 법적인 준비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우리나라에서 스토킹은 그 죄질을 크게 묻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동성애인과의 관계라면 더욱 그 사실을 입증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요. 또한, 법적인 대응을 준비한다면, 경찰에게 커밍아웃 할 것은 감수하셔야 합니다.
먼저, 협박을 한다면 그것을 증명할 사안들을 마련해두세요. 통신기구를 이용한 협박의 경우 그 자료를 전화국이나 문자보존기능을 통해 증명할 수 있겠지요. 음성 같은 경우 녹음을 해두거나, 스트레스 인해 병원에 간적이 있다면 진단서를 뗄 수 있을 테고요.
고소에대해 망설여진다고 하셨는데, 혹 고소를 안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상대에게 이러한 것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실질적으로 헤어짐을 받아들이게 하기도하니 준비자체는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원활한 헤어짐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았어요. 여러 가지 말이 나왔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님의 마음가짐은 아닐까 합니다.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서 고민이 많이 되겠지만 힘내시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 다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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