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려요.
지난 15일에 ... 란 아이디로 글 남겨 주신 분이시죠?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 남겨 주신 글에도
갑갑함과 슬픔이 묻어나서
상담원도 안타까운 심정이 됩니다.
애인 분이 연락을 피하고 계시는 상황인가 봐요.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에도 답이 없고,
간신히 통화가 되어도 내담자 분 목소릴 듣고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적어주셨어요.
눈에 띄게, 직접 느껴질 정도로
내담자 분에게 거리를 두는 애인의 태도로
지금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리라 짐작되어요.
지치고 우울해 하셔서 걱정도 되고요.
이러한 상황을 이대로 계속 지속시키면
내담자 분이 점점 더 힘겨워지게 되므로
상담원은 내담자 분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길 당부드리고 싶어요.
지금 내담자 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고
상대방이 이 관계를 지속시킬
의사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시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애인이 내담자 분에게 보이는 모습은
소홀함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고,
배려없음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내담자 분과 소통할 의지 자체를
안 갖고 계신 것으로 보이고요.
애인 분이 그렇게 하시는 까닭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상담원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지만
그 까닭이 무엇이든 이럴 경우에는
내담자 분 쪽에서
아무리 대화를 시도하고
이야기로 관계의 문제를 풀어가려 해도
애초에 대화라는 게 성립이 안 될 확률이 높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방이 애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대화가 이루어지고, 관계가 지속될 수는 없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경우,
서로에 대한 감정의 무게가 비슷하기보다
노력하는 사람 쪽으로 기울어 있게 마련이고요.
이런 상황이 한 두 번 생긴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쭉 이어져 온만큼
이제는 내담자 분이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지,
마무리짓고자 하는지 하는 의사를
타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담자 분이
여전히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별을 언급할 때까지
속을 끓이며 기다리기보다
먼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보시는 것이
내담자 분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 싶고요.
이는
지금 같은 구도로 관계를 지속해서는
내담자 분이 자꾸 더 크게 상처를 입게 되실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랍니다.
많이 좋아하는 애인으로부터
냉담한 반응만이 돌아오고,
사귄다는 형태만이 남고
오히려 쓸쓸함만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은
오래 지속시키지 않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후회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고 적어 주셨는데요.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 정도면
이제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오셨으리라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그 사람에게 쏟는 만큼의 정성과 애정을
받지 못하는 건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교제 관계에 임해 오신 것처럼
한 번 더 용감함을 발휘해 보시길 당부드려요.
관계 지속 여부에 대한 대화를
용기있게 시도해 보실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상담을 이만 마치겠습니다.
상대방이 관계 지속의 의지를 보인다면,
그 때부터는 두 분이 이전까지와 다르게
함께 노력해 나갈 방법을 찾아 보실 수 있기를,
그리고 상대방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담자 분이, 애인을 대하며
이제까지 지쳤던 마음을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찬찬히 극복해 나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그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해서
내 자신이 작고 초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나는 나 자신 있는 그대로,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자기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반드시 기억하시면서
그렇게 이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힘 내셔요.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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