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상담소입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였을 텐데 용기내어 상담소를 찾아주셨군요. 그런 내담자님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요.

친한 친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많이 당황스럽고 놀라셨겠어요. 내담자님을 누군가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할까 두려워서 마음과는 다르게 레즈비언을 보면 일부러 더 심하게 욕을 하기도 하셨다고요.

내담자님이 좋아하는 친구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고백을 할 수도 없고, 님의 마음을 들킬까봐 일부러 싸우기까지 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게다가 다른 친구가 내담자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해서 그 둘이 친해지는 것을 지켜보기가 너무 괴롭다고요.
마음에 들지도 않는 남자친구도 만들어봤지만 남자는 불편하고 싫어서 금방 헤어졌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생각해보면 그 친구와 친한 친구로라도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님의 마음을 들킬까 걱정이 되시나봐요.

상담원은 내담자님께 동성애, 동성애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먼저 동성애는 결코 비정상이나 정신병이 아닙니다.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여러 성정체성 중 하나일뿐이지요.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는 1973년에 이미 정신질환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했습니다.

동성애란 동성의 상대에게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정서적, 성적인 이끌림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동성애자는 이러한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 중에 자신을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사람을 뜻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정체화한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것입니다. 성정체성은 남이 대신 진단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자신을 동성애자,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내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떠올려보고 그런 생각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이 레즈비언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얼마나 힘이 들고, 차가운 시선과 차별을 받을지를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레즈비언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억지로 이성애주의 사회의 틀에 끼워맞춰 사는 것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내담자님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바로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라고 두려워하는 것 말이에요. 그래서 억지로 남자친구도 만나보고 그러셨지요. 그렇지만 그런 관계는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결정하시기를 권해드려요.

사실 동성애, 동성애자를 비하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비정상인 것인데 사람들은 동성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비난을 합니다. 이것을 호모포비아라고 하는데요. 호모포비아는 동성애,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공포를 뜻합니다. 최근 호주 정신의학계에서는 이 호모포비아를 정신질환목록에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내담자님도 이런 호모포비아적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면에 자기도 모르게 호모포비아가 자리잡고 있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레즈비언에 대해 일부러 혐오하는 발언을 하고 그랬던 것이지요.

하지만 호모포비아는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동성애가 무엇이고, 레즈비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게 되었을 때 조금씩 사라질 수 있고, 자신을 혐오하거나 자책하는 생각도 사라질 거에요.

이런 정보를 자세히 보고싶으시면 상담게시판에 '자주묻는질문' 게시판이나 저희 홈페이지 구석 구석을 둘러보시면 될 거에요.

그리고 그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내담자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앞으로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드리고 싶네요. 지금 당장 내담자님이 정체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 친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친구관계로 지내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고백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 내담자님 마음에는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그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다른 친구와 그 친구과 점점 친해지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과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닐까하는 고민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님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그 친구에게 잘못한 일, 싸웠던 일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를 구하고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내담자님이 그 친구를 정말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그 친구가 알 수 있도록 행동하시면 되지요. 물론 부담스럽게 다가가는 것은 피해야겠지만요.

앞으로 또 궁금한 점이나 속상하고, 남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시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님의 고민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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