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데빌님, 상담소입니다.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였을 텐데 이렇게 상담소에 용기내어 찾아와주신 것에 격려를 보냅니다.
적어주신 이야기만으로도 많이 힘들고, 지치는 상황인데 아우팅까지도 겪으셨었다니 그간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지금 교제하고 있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애인의 어머니에게 들키셨었다고요. 그래서 고소를 당할뻔한 일도 있었고, 블랙데빌님 부모님은 님을 감금까지 했었다고 하셨어요.
그 시기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심하게 블랙데빌님을 괴롭히고 있나봐요. 게다가 애인분과의 원치 않는 이별도 해야되는 상황이군요.
블랙데빌님이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얼마나 괴로운지 상담원에게도 그 아픔이 전해져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기도 어려운 나이에 일방적으로 감금을 당하고, 폭언을 들어야 되는 지금이 정말 견디기 힘드실 거에요.
상담원은 님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이런 상황이 온 것이 결코 블랙데빌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관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서로 이끌린다면 가까이 있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애인분의 어머니는 아마 블랙데빌님이 남성이었다고 해도 그 순간에는 많이 놀라고, 화가 나셨을 거에요.
그분이 잘못하고 계시는 건 '사랑은 이성 간에만 가능하다, 그것을 어기는 것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둘 사이에 합의된 성관계를 일방적 폭력으로 정의하고 블랙데빌님을 가해자로 몰고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만일 고소를 한다해도 동성 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고, 강제추행이나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를 해도 위와 같은 상황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요.
보수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성경을 잘못 해석한 인간의 잘못입니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동성애가 죄가 아니었지요. 최근 많은 종교학자들은 성경에서 동성애를 단죄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교회와 동성애자 교회도 있고요. 점점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성공회라는 종파에서는 동성애자 신부도 있고요. 영국에서는 교회에서 동성커플의 결혼식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분께서는 잘못알고 계시는 거에요. 하나님은 결코 동성애를 죄라고 하지 않으셨거든요.
이 부분에 있어서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해울출판에서 나온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이라는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에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애인분의 어머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애인분도 집 안에서, 집 밖에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블랙데빌님이 이 상황에서 헤어지자고 하니 얼마나 괴로우시겠어요. 힘들더라도 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는 건 어떨까요.
두 분의 교제사실을 숨기더라도 굳이 헤어짐을 결심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오히려 헤어짐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요.
조심스럽게 만남을 가지고, 연락을 하면서 서로를 지지해주는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블랙데빌님, 혹시 집안에서의 폭력이 너무 심하거나 집을 잠시 나와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신다면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쉼터에서는 3개월, 6개월 또는 장기적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머물면서 학교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거든요.
여성 청소년들만을 위한 쉼터도 지역별로 있으니 혹시 아주 상황이 좋지 않아진다면 무작정 집을 나오기보다는 이런 정보를 알고 찾아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할만큼 이 상황이 힘들고, 괴롭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앞으로는 자살 시도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블랙데빌님이 쓰신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죄도 아니고, 그 때문에 죽는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잖아요.
보란듯이 잘 살아서 이렇게 힘든 것만큼 훨씬 더 행복해지셔야지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상담원도 예전에는 아우팅과 부모님의 폭언, 종교적인 죄책감으로 몇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떄 죽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생각되요.
이렇게 상담원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블랙데빌님도 이 아픈 시기가 지나고나면 꼭 좋은 날도 찾아올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상담소는 블랙데빌님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화(02-718-3542)를 주셔도 되고요.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기 원하신다면 님이 쓰신 것처럼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아요. 그 친구들이 블랙데빌님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줄 거에요. 상담소도 마찬가지고요.
블랙데빌님, 지금의 아픔을 꼭 이겨내시길 바라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