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후,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적어 주셨어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고, 님 자신의 상황이 힘들어,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고요.
하지만 실제로 커밍아웃했을 때의 반응이 걱정 되어,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가 봐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하는
님의 마음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에요.
특히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어머니께는 말이지요.
그렇게 자신에 대해 알리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거죠.
그 마음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 때문에 어머니가 남자 친구나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레즈비언인 님의 마음은 더 안타깝고 마음 아픈 것이지요.
'내가 원하는 삶은 분명 부모님이 바라는 길과는 다른 길일 텐데.'
특히,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부모님 세대는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던 시기였으니까요.
어떤 부모님은 커밍아웃을 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모님은 너무 많이 가슴 아파하시기도 하고,
자녀를 때리거나 정신과 상담을 하게 하는 등 극단적인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상담소에서 이렇게 하시는 게 좋다라고,
자신있게 조언을 해드리기 어렵답니다.
어떤 부모님인가에 따라, 어떤 관계인가에 따라 다르니까요.
다른 주위 사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성소수자에 대한 막연한 인식은
주위 사람이 성소수자라는 것과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난 동성애자를 이해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주위 사람이 커밍아웃을 해올 경우,
"이해는 하지만..." 등의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상담원은 커밍아웃을 급작스럽게 해버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얘기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또, 지금 누군가에게 '나는 레즈비언이에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커밍아웃이 완성되는 게 아니랍니다.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시간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커밍아웃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답니다.
우선 먼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서로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자문해보고요.
이렇게 스스로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리고나서, 어떻게 얘기를 해야 다른 사람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그 이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많은 것들을 고민해봐야하죠.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일까도 생각해봐야 한답니다.
이건 정말 님의 잘못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잘못이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야수 님,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라는 것일 뿐이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꼭 '나는 레즈비언이에요'라고 말하는 것만이 커밍아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성소수자들은 긴 시간에 걸쳐서,
주위 사람들에게 님이 성소수자란 걸 눈치챌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해요.
한 예를 들면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예를 들어 볼게요.)
부모님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관계라면,
은근슬쩍 얘기를 해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해주실 지도 몰라요.
(이런 경우를 모두가 꿈꾸죠. ^^)
이런 때는 분위기를 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얘길 할 수도 있겠죠.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동성애자들이 인정받고,
세계적으로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 얘기해볼 수도 있고요.
그러나 대개는, 부모님이 별 얘기 없이 스쳐 지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경우 실망하지 말고, 또 기회를 봐서 비슷한 얘길 꺼낼 수도 있죠.
님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게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심각하게, 너 동성애자니? 하면서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경우엔 부모님에게 따지고 들면서 싸우거나 화를 내기보단
잘 모르겠다, 나도 고민 중이다, 라고 얘기하면서
일단은 뒤로 물러서고 다음의 기회를 찾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영원히 하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커밍아웃은 인생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것이 어렵고 힘들긴 해도, 그렇게 해나가면서 인생이 성숙해지고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의 기쁨은 그만큼 더 크답니다.
이런 얘기들이 도움이 되셨길 바래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죠.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다시 방문해주시고요.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