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란스러워요.

 저는 올해로 17살이 되는 여학생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아직까지 정말 여자를 사랑한 적은 없지만 저는 저 스스로가 양성애자, 혹은 동성애자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남성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고 저 역시 저 스스로가 가끔씩 남자처럼 느껴지거나 남자이고 싶고, 또 남자로 태어났다면,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만, 트랜스젠더라고 하기에는 저 스스로가 여자인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슬프게도 부모님은 절대적으로 포비아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셔서 동성애의 '동'자만 꺼내셔도 역겹다고 말씀하시곤 하십니다. 그럴때 마다 두려움을 느끼지만 절대 들키거나 직접 말씀드릴 일은 없어요.

제 고민은 다름 아닌 제 정체성에 대한 것 입니다. 스스로를 양성애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혹시 저만의 착각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 고민입니다. 저는 15살 때 까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구분이 전혀 없었고, 세상에 동성애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크게 인지하지도 신경쓰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래 사춘기 여자아이들 처럼 '성'이란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야한 영상을 보기도 했습니다. 보통 친구들은 그쯤에서 멈췄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치지 않고 각종 야한영상과 자위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중독된것처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세번정도, 잦으면 하루에 한번씩은 하는것 같습니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남자와 여자가 삽입하는 것에 대해 흥분하지 않고, 여자의 성기나 몸을 보고 흥분하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레즈비언야동을 보기 시작했는데 보통의 야동을 보는것 보다 더 흥분되고, 더 기분이 이상하고, 여튼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저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또 혼란스러워 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는 저 스스로를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인정을 했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포비아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때조차도 슬프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그저 제 이런 마음을 부모님과 공유하고 공감받고싶어 할 수없을거란 아쉬움이 있었죠. 

종종 제 주변 동성친구들에게 설레임을 느껴보기도 하고, 전철에서 만난 예쁜 언니를 보면서 풋사랑같은 감정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종종 남자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기도 했는데, 이건 제가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닌 남자를 우대해주는 저희 집안과 또 철없이 행동하는 오빠와 남동생을 보며 남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도 했고, 많은 남자들이 저렇게 철없이 굴거란 생각에 짜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거나 호감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자라고 모두가 똑똑하고 현명한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렇게 저는 천천히 개인적인 고정관념이 생겼고 만약 애인을 사귄다면 남자보단 여자. 이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남자가 싫은건 아니고 정말 좋은 남자가 있다면 저도 호감을 가지겠죠. 

 그렇게 스스로가 동성을 좋아하기도 한다는것을 인정하고, 확신하게 됬을 쯔음 갑자기 드는 의문은  혹시 제가 어쩌다 경험한 '레즈비언'에 대해 강력한 충격을 받고 이를 계속 신경써서 스스로를 레즈비언으로 몰아간게 아닐까, 즉 노이로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수치스럽겠죠.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답답하고, 또 혼란스럽습니다.


익명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