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잘 오셨어요.
Pron님.
상담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온 비밀이자 슬픔이라는 제목의
글 속에서 님께서 오랜 시간동안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살아갈 미래에 대해
이미 마음의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는
생각이 상담원은 들었어요.

엄마나 주변의 친구들, 남자선배들이 권장하는
이성친구를 향한 이끌림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을
넘어서 오히려 역겨움과 짜증이 먼저 올라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참 힘들었을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요.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조금만 챙겨주는 행동을 해도
주변사람들로부터 레즈냐 하는 의심을 받아서
그 친구가 그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떠나가는
상황을 겪으면서 많이 슬프고 아팠을 것 같네요.

님의 솔직하고 편안한 방식대로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꾸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이 세상이
원망스러웠을 그 마음...
상담원에게 전해졌고, 무척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좀 후련해지셨는지
모르겠네요.

님의 글 속에는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들이 담겨있었어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주변에 알리는 커밍아웃.
기독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동성애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교제 상대에 대한 이야기.
커밍아웃했을 때 주변의 반응을 감당하는 일.
등등등..

자신이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고,
미래를 그려보았을 때 떠오르는 고민들은
무수히 많죠.

고민들이 너무 커보이기 때문에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할 수 있고요.

Pron님도 지금 그런 과정 중에 계신 것 같아요.

자신이 오래도록 동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온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 특히 엄마에게 알리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마음껏 다가갈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님께서 이미 자신에 대해 받아들이고 계신 것처럼
동성친구 간에 생기는 좋아하는 감정은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받아야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따라가 보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내가 또래의 친구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으로
시작된 자신에 대한 고민이
자신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상담원은 생각해요.

자신에 대한 탐색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에게 이끌리고 좋아하는 느낌을 가지는지,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될 수 있답니다.

많은 10대분들이 님과 같은 고민을 하며
이곳 상담소를 찾아오시곤 해요.
그만큼 님과 같이 동성친구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고,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에요.

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또래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님의 고민을
털어놓고, 님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길을 찾아나갔는지
조언을 구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인터넷 다음 까페에 ‘10대 이반’ ‘이반’ ‘동성애’ ‘레즈비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셔서 님께 맞는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님처럼 자신의 이미지나 목소리, 행동 등이 소위 남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방식이 더 편하다고 느끼고,
동성친구들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고민을 풀어가고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마음이 맞고,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레즈비언 또래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그 점만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누군가과 공유하고
나누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답니다.

Pron님께서는 미래에 커밍아웃을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사람들마다 커밍아웃을 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랍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만 말하는 사람,
친구와 자기가 일하는 곳의 동료에게만 말하는 사람,
친구와 동료와 가족에게 말하는 사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채 사귀는 둘만이 알고 있는 사람,
대사회적인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
등으로 말이죠.

커밍아웃은
자신이 먼저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선행된
후에 주변의 믿을만한 사람들부터 차근차근히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시면 되는 것이랍니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해도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 또한 드리고 싶네요.
커밍아웃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준비된 만큼 하는 것이거든요.

특히 가족(님과 같은 경우는 엄마)에게 하는 커밍아웃은
가족의 반응이 어떨 지에 따라 님께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히... 충분한 준비를 한 후에 하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커밍아웃이란 평생에 걸쳐 하게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시기도 하고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해받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지만,
천천히 한걸음씩 하실 수 있을 것이에요.
용기 잃지 않으시기 바래요.

커밍아웃하는 노하우나 경험담에 대해서
주변의 먼저 했던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님께서 자신의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또래친구들이나
레즈비언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님께서 엄마와 자신이 기독교인이어서 드는 고민에
대해서 얘기를 드리고 상담을 마무리할게요.
많은 교회들이 얘기하듯이 Pron님도
신이 성서를 통해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동성애가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을 것 같아요.

그러나 성서는 인간의 역사와 인간의 언어로 전해져온 것으로,
새롭게 읽히고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글귀라고 해요. 

즉, 신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의 말씀을 왜곡해서
동성애자를 박해해왔다는 것입니다.

동성애를 금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손님 환대의 법칙’을 어긴 것이지
동성애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서 읽어볼 수 있는 책을 한권 소개할게요.
다니엘 헬미니악의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이라는
해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랍니다.

읽어보시고 Pron님이 종교생활을 하고,
나중에 어머니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동성애는 기독교에 반하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정보와 단서들을 찾아보세요.

실제로 기독교를 믿는 동성애자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성직자인 동성애자들도 있구요.
동성애자들의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동성애자를 위한 교회도 존재한다고 해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신이 자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동성을 향하는 감정도 수용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모습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럼,
지금까지 드린 이야기들이
앞으로 Pron님이 고민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상담을 마칠게요.

또 궁금하거나, 고민되는 점
생기시면 상담소 찾아주세요!




*한국레즈비언 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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