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주신 고민에 대해서 각각 답변을 드릴께요.
1. 일곱빛 님이 서먹해진 상대와 다시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막상 또 예전같은 관계가 되면 답답할것도 같다고 하셨어요.
편지를 전해준 이후로 둘이서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으니, 상대방이나 일곱빛 님 모두 아직 관계가 정리된것도 그렇다고 정리되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으로 받아들일수 있지 않나 싶네요. 둘이 만나는 상황이 잦으면 점점 지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일곱빛님이 상대방과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시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한 사람도, 편지를 전해준 사람도 일곱빛님이니 상대로부터 먼저 없었던 일인듯한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2. 동성애를 모욕하는 발언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친구들의 모욕적인 발언이나 생각은 아마도, 그 친구들이 특별히 나빠서라기 보다, 많은 비동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에게 갖는 편견들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누구나 자기 친구라고 해서 처음부터 동성애를 자연스럽고, 문제될 일이 없는 성향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언젠가 자기 주변의 동성애자들이 별 다를 것 없이 생활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 어느 순간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기도 합니다. 설사 동성애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들, 자기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말이라도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러니 굳이 그 친구들에게서 한발짝 물러서려 하거나, 커밍아웃하면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또한 당분간 커밍아웃을 할 의사가 없다면, 앞으로의 일을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내가 친구들에게 동성애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잘 가르쳐 줘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다시한번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을 마련해보세요.
예를 들면, '동성애자로 이러이러하게 사는 사람들을 봤는데, 나는 별로 이상한 것 못느끼겠던데?' 라거나,
'그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일 뿐이야' 라거나 하는 말들 말이에요.
평소에 일곱빛님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조금씩 돌려서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쉬울거예요.
그런 말에 친구들이 또 반응해서 이상한 말들을 하면,
일곱빛님은 또 나름대로의 생각을 조금씩 풀어놓으면 되는 것이구요.
친구들의 장난스런 행동이 거슬린다면, 그런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킨쉽같은게 익숙치 않아서' 라거나 '좀 불편하다' 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렇다고 '버럭' 하는 것보다는, 점잖게 표현하는게 효과적일 수 있겠지요.
주변에 일곱빛 님을 지지해 줄 친구(커밍아웃 한 친구 등등)가 있다면 그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세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 말이에요.
3. 참아 넘기기만 한다면 상황은 변하지 않아요. 오히려 참을수록, 친구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1번, 2번 고민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직접적으로 일곱빛님의 의사를 표현하려 연습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일곱빛님께서 동성애자이냐 아니냐를 떠나서도 불쾌할 수 있는 문제에요.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가볍고 장난스럽게 자신을 대하는 친구가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일곱빛님께서 친구분의 표현이 진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말로 타이르거나,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일 거예요. '네가 진심이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안느껴진다' 라고 말하고 나면 상황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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