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을 드립니다.


유시님. 이야기 나누게 되어 반가워요.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혼자라는 생각에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 상황이 짐작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결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상담글을 시작해 봅니다.

중학교 때 친구에게 설레임을 느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하지만 그 후에 어떠한 사람에게도 끌림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직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다른 사람들처럼 남성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님 정체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평생을 생각해도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이후에 내가 어떤 사람에게 끌릴 것인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가늠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다만 나는 현재 어떤 사람에게 끌렸고 그 감정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
알게 된 자신을 명명하는 것이 정체성의 정립이라 하겠는데요.
사회가 사람을 사랑을 나누지 않고 편견을 두지 않는 다면. 개인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다면 굳이 정체성을 나누고 자신의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는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꺼란 생각을 합니다.

요점은 님이 현재. 또는 과거에 어떤 누구에게 끌림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생각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정립했던 것이니 만큼 더 값진 것이라
생각해요.
현재 끌림을 느끼지 않더라도 후에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다음 사람이 여성일수도 남성일수도 있어요.
정체성이란 변화 하는 것이니 당장의 어떤 불안함 때문에 자신을 가두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사회와 어머니 때문이 아닌 자신이 원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편하게 받아드리시면 된답니다.

어머니가 기독교인 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때문에 어머니가 하실 실망. 또는 어머니가 님에게 보일 반응 등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교리를 떠나서 현재는 부모님들이 동성애라는 것을 받아드리시기 어려우실 수 있어요.
어머니 시대에 화두로 나왔었던 문제도 아니였으며 현재의 님과 같이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고 또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님. 정체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어머니에게 밝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려요.
부모님의 기대, 나를 위한 희생, 그리고 그분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이 나를 버겁고
힘들게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마음이 님을 조이는 쇠사슬이 되어서는 안된답니다.
정체성의 문제건 다른 문제건 상관없이 모두 말이에요.
님은 한 사람의 개인이고 개인의 삶은 개인의 선택을 위주로 움직여요.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 자신을 불행하게 한다면 그것은 어머니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닌 무의미한 일이 되겠지요.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늘 자신을 위한 선택이 최선임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님..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드린 것 같아요.
조금 활기찬 이야기를 드리자면 님이 현재 혼자라 느끼시지만 동성애자는 생각보다 많아요.
상담소에 올라오는 글의 수만 보아도 느껴지지 않나요?^^
님이 중학교 시절이 겪었던 일처럼 아직은 사회의 편견이 있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지만 모두들 자신을 긍정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답니다.
그 중 파트너와 미래를 약속하고 함께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미 오랜 시간을 파트너와 함께 보내온 분들도 계신답니다.
그러니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워 하지 마세요.^^

레즈비언 포털사이트 2곳을 소개할게요.
www.tgnet.co.kr ,  www.munet.co.kr
많은 사람들이 접촉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니 이용해
보시며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을 쌓으시길 바라요.
참. 혹시나 님의 집에서 개인 사생활이 보장 되지 않는다면 위험 하겠지요?
가족들 간에도 사생활 보호는 꼭 필요한 것이니 그런 점도 신경 쓰시면 좋겠어요.

또 레즈비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는 이곳 상담소의 상담실 탭의
자주 묻는 질문 코너를 보셔도 대부분의 정보는 얻으실 수 있답니다.

유시님. 날이 많이 차졌어요. 일교차도 크고..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며 상담을 마칩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상담내용을 옮기거나 이용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사전에 상담소 측의 동의를 구한 다음,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