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성정체성에 확신이 잘 서질 않습니다 (아래거랑 달라요)


 아래글은 비밀번호를 설정 해놨는데 제가 설정해 놓고도, 번호를 잘못 지정해서 저도 열람을 못 하게 되어버렸습니당;
 그래서 글을 다시 공개로 올립니다;
 이해해주세요


 제가 성 정체성에 대해서 '설마' 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 건,
 같은 반 여자 아이를 보고 좋아함과 설레임이란 감정을 처음 느껴 본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주변 여자애들이 예쁘게 치장하고, 남자애들에게 잘 보이고 꾸미고 다닐 때 전 이성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여자들이 잘 생겼다거나, 멋지다고 하는 남자 연예인 등에게도 무덤덤한 반응이였고요.
 생각해보면 성장하면서 이성에게 끌림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반응이나, 여러가지 행동들이 의심을 사, 중학교 1학년 때, 몇몇 반 아이들한테 성정체성을 의심 받아 거의 은따 수준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전 제 성정체성을 위장하고, 감추고 살았습니다.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자주 삼고, 관심이 별로 없어도 겉으론 관심 있는 척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학교 때는 숏커트를 하거나, 남자처럼 보이쉬하게 옷을 입고 다니거나 하진 않았지만 성격이나 행동이 조금 남성스러운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여자는 여성스러워야지'
 '여자는 몸가짐이 발라야 한단다'
 이런 말을 듣고, 강요를 받아오며 자랐었고, 그 때문에 저도 예전보다 많이 여성스러워졌습니다.
 솔직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사람들이 모두다 그러다시피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이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기독교인데, 믿음이 확고하신 분입니다.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워낙 자식에게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
 부모가 주는 대로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는 게 어린 자녀란다,
 좋은 부모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항상 사랑과 용기를 심어줘야 된단다,
 이런 말을 제 손을 잡으시면서 자주 하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저도 아이를 좋아하고, 보살펴 주는 것을 좋아하고, 여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정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장래에 커서 가족을 꾸리고 싶은 소망도 강하고요.

 어머니에 대해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제 앞에서 직접 동성애에 대한 언급을 하신 적은 없지만 보편적인 기독교인 답게 동성애는 하느님의 말씀에 어긋나는 죄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게 안 봐도 뻔하며, 만약 이런 사실을 고백한다면 어머니는 하느님의 믿음으로 극복해나가자 같은 행동을 취할 겁니다.
 보통 제 주변에 기독교인들이 모두 그런 류라서 예상은 다 갑니다.
 그리고 밤새워가며 절 위한다고 울며불며 기도에 매달리시겠지만 저한테는 아무리 어머니라도 이것 만큼은 거북스러운 짓은 또 없습니다.
 


 전 아직도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혹은 좋아하게 될 건지 제 성 정체성에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중학교 1학년 첫사랑 이후로 고2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여자 아이를 진심으로 마음에 두게 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TV나, 길거리를 지나치는 멋진 남자들 보다, 예쁜 여자들에게 눈길이 더 가고,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마음은 그런데 생각은 모순 되게도, 그 첫사랑 이후로 좋아한 여자 아이가 없다 보니깐 머릿 속으로 결국 좋던 싫던간 남자랑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겠지 이런 생각이나 합니다. 정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여서 전 동성애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확신이 서려면 여러가지 지식이나, 사례도 알아보고 맞춰 봐야 되는 게 그럴만한 상황이 안 됩니다.
 도서관에서 동성애 관련 책을 빌려 보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나, 가족들에게 괜한 오인만 받을 것 같고,
 인터넷을 통해서 동성애자 분들을 만나보고, 상담을 하고 싶지만 제 성격이 상당히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은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용기도 안 날 뿐더러, 레즈비언은 게이보다 인터넷 상에서 활동도 덜 두드러지는 것 같아서 제가 어떤 경로로 접할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전 제 주변에서 동성애자라고 한 사람을 한 명도 본 적도 없고, 이야기 해 본 적도 없으니 이성애자들 사이에서 나 혼자 동성애 성향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고, 설령 제가 동성애자라면 동성애자는 나 혼자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듭니다.
 꼭 남녀 한쌍만이 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를 보면 씁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전 나이가 한살 씩 더 들어가면 내 성정체성이 더 확고해 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에 말할 사람도 없고, 고민을 털어 놓을 사람도 없으니 가슴도 답답하고, 어쩔 땐 아프고, 눈물 나기도 하고,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상담해 주시는 분께 도움을 받고 싶은 절실한 마음에 글을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