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먼저 상담이 늦어진 점 깊이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올려주신 고민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셨다고요,
궁금하신 것은 "동성애의 치유 혹은 극복 가능성"이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으세요.
보통은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극복 가능성을 물으시는데,
님께서는 다른 얘기(왜 이런 고민을 가지게 됐는지)는 일단 생략하시고
정체성 극복 가능성만을 물으셔서 다른 얘기나 설명 혹은 '상담'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레즈비언 상담소에서는 정체성 상담시
내담자의 레즈비언 정체성 확인이나 규정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저희 상담소에서 규정하고 있는 레즈비언은
"여성에게 정서적,육체적, 사회적으로 끌림이 있었거나, 있거나, 있을 예정이고
동시에 그러한 감정을 스스로 긍정하여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성"을
의믜합니다.
새삼스럽게 레즈비언의 정의를 말씀드린 이유는
레즈비언 정체성이 치유할 수 있다거나 극복할 수 있는 질병 혹은 습관 같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체성 중에 하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설명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극복이나 치유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문제를 겪고 있는 그 사람과 분리 되어 제거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레즈비언 정체성은 딱히 그렇다고 볼 수 없기에
뭔가 극복 혹은 치유가 가능하냐고 물으시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레즈비언 정체성은
본인이 끝까지 거부하고 싶다면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단지 여성과의 섹스 여부 연애 관계 유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체성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레즈비언 정체성을 직면하기를 원치 않으시거나 선택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굳이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레즈비언 정체성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잘 살펴 봐야
비(非)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는지도 살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이
상담원이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입니다.
사실, 비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은 상상하기 쉽습니다.
사회적으로 지지받고, 권장되는 이성애자로서의 삶은 역할 모델도 많고,
더 안정된 상태에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관계가 늘 안정적이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
이는 레즈비언 관계건, '정상' 가족이건 마찬 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계 혹은 자아에 위기가 올 때 마다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가 문제인 것이지
레즈비언 정체성을 극복해서 뭔가 새로운 삶 혹은 제대로 된 삶을 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훗날 본인의 모습을 돌아 봤을 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극복되어진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레즈비언들이 이성애자 남성과 결혼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영원히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살기도 하고,
잊지 못하지만 그래도 현재의 '가족'에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시금 찾아온 자신의 진짜 모습, 감정들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고,
결혼 후에도 계속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종교에 의지하며 극복하려는 사례도 몇몇 봤지만
대부분 자기 자신을 (즐겁고 따스한 방법으로든, 강하고 어두운 방법으로든)
완강히 부정해 내고서야 가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것이 본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숨기고
소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너무나 살기 힘들고, 어렵고, 외롭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그런 감정, 욕망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은 많을 거에요.
만약 사례 유뮤를 물으신다면 저는 "드러나지(드러내지) 않는" 사회의 수많은 레즈비언들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분명 내담자님께서도 분명 이런 고민을 털어 놓을 곳이 옆에 많았다면
굳이 여기를 찾지 않으셔도 될 것이었으니까요.
한국레즈비언 상담소는 레즈비언에 "관대한" 상담을 주로 하는 상담소가 아니기에
모두가 레즈비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혹은 설득하지 않습니다.
대신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편견"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담소이기 때문에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자기 혐오 혹은 반감을 조금은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썩 내키시지 않으실 수도 있는 말들을 덧붙였습니다.
그럼, 상담은 이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현재의 고민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지금까지에 이르게 됐는지
자세히 일러주시고 더 얘기를 풀어 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다시한번 고민글 올려주세요.
빠른 시일 안에 답변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담소드림.
먼저 상담이 늦어진 점 깊이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올려주신 고민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셨다고요,
궁금하신 것은 "동성애의 치유 혹은 극복 가능성"이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으세요.
보통은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극복 가능성을 물으시는데,
님께서는 다른 얘기(왜 이런 고민을 가지게 됐는지)는 일단 생략하시고
정체성 극복 가능성만을 물으셔서 다른 얘기나 설명 혹은 '상담'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레즈비언 상담소에서는 정체성 상담시
내담자의 레즈비언 정체성 확인이나 규정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저희 상담소에서 규정하고 있는 레즈비언은
"여성에게 정서적,육체적, 사회적으로 끌림이 있었거나, 있거나, 있을 예정이고
동시에 그러한 감정을 스스로 긍정하여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성"을
의믜합니다.
새삼스럽게 레즈비언의 정의를 말씀드린 이유는
레즈비언 정체성이 치유할 수 있다거나 극복할 수 있는 질병 혹은 습관 같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체성 중에 하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설명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극복이나 치유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문제를 겪고 있는 그 사람과 분리 되어 제거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레즈비언 정체성은 딱히 그렇다고 볼 수 없기에
뭔가 극복 혹은 치유가 가능하냐고 물으시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레즈비언 정체성은
본인이 끝까지 거부하고 싶다면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단지 여성과의 섹스 여부 연애 관계 유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체성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레즈비언 정체성을 직면하기를 원치 않으시거나 선택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굳이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레즈비언 정체성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잘 살펴 봐야
비(非)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는지도 살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이
상담원이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입니다.
사실, 비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은 상상하기 쉽습니다.
사회적으로 지지받고, 권장되는 이성애자로서의 삶은 역할 모델도 많고,
더 안정된 상태에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관계가 늘 안정적이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
이는 레즈비언 관계건, '정상' 가족이건 마찬 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계 혹은 자아에 위기가 올 때 마다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가 문제인 것이지
레즈비언 정체성을 극복해서 뭔가 새로운 삶 혹은 제대로 된 삶을 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훗날 본인의 모습을 돌아 봤을 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극복되어진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레즈비언들이 이성애자 남성과 결혼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영원히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살기도 하고,
잊지 못하지만 그래도 현재의 '가족'에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시금 찾아온 자신의 진짜 모습, 감정들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고,
결혼 후에도 계속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종교에 의지하며 극복하려는 사례도 몇몇 봤지만
대부분 자기 자신을 (즐겁고 따스한 방법으로든, 강하고 어두운 방법으로든)
완강히 부정해 내고서야 가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것이 본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숨기고
소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너무나 살기 힘들고, 어렵고, 외롭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그런 감정, 욕망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은 많을 거에요.
만약 사례 유뮤를 물으신다면 저는 "드러나지(드러내지) 않는" 사회의 수많은 레즈비언들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분명 내담자님께서도 분명 이런 고민을 털어 놓을 곳이 옆에 많았다면
굳이 여기를 찾지 않으셔도 될 것이었으니까요.
한국레즈비언 상담소는 레즈비언에 "관대한" 상담을 주로 하는 상담소가 아니기에
모두가 레즈비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혹은 설득하지 않습니다.
대신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편견"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담소이기 때문에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자기 혐오 혹은 반감을 조금은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썩 내키시지 않으실 수도 있는 말들을 덧붙였습니다.
그럼, 상담은 이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현재의 고민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지금까지에 이르게 됐는지
자세히 일러주시고 더 얘기를 풀어 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다시한번 고민글 올려주세요.
빠른 시일 안에 답변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담소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