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a님, 상담소입니다.
상담원의 사정으로 상담이 늦게 되었습니다.
다음 상담부터는 약속한 날짜에 상담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담이 늦게 되어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alla님, 가까운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하고
혼자 오래 고민해오셨을텐데
상담원과 고민을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상담소에 찾아와 글을 남기는 것도 쉽지만은 않으셨을텐데
그 용기도 참 대단한 것이지요.
먼저 alla님의 고민은
alla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담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동성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물어오시는 분이 많답니다.
본인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궁금해하시고,
레즈비언이 맞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오시기도 하고요.
alla님, 이십대 중반이어서
이제 주변에서는 결혼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alla님의 감정을 숨기며 지내는 것이
참 힘들고 우울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상담원 역시 한 사람의 레즈비언으로서
alla님의 고민에 공감하며 글을 읽었어요.
가족들과 친구, 동료들에게 내 솔직한 모습을 나누지 않고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alla님의 고민은
전혀 이상하다거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거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거나
하는 외롭고 힘들기만한 고민은 아니랍니다.
alla님,
동성에 대한 호감, 사랑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들 수 있는 감정입니다.
동성에 대해 드는 성적 흥분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지요.
사람은 여자를 좋아할 가능성도 있고,
남자를 좋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도 사회에서는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이야기하죠.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 편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왼손잡이를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던 옛날처럼요.
지금은 왼손잡이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잖아요.
지금도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단체에서
열심히 성소수자의 인권을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지지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alla님이 겪고 있는 감정이
성정체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의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죠?
상담원 역시
alla님의 성정체성이 무엇이다,라고 딱 떨어지는 답변을
드릴 수 없어요, 또 드려서도 안 돼는 것이고요.
성정체성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줄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alla님이 겪었던,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또 앞으로 겪을 미래의 경험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까는
alla님 스스로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자신을 레즈비언, 양성애자, 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앞으로 '내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떠올려보고
그런 생각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성정체성이라는 것은 한번 정한다고
평생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랍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 태어난다든가 고정불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체성이란 자신이 놓인 위치나 환경, 시기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간관계가 계기가 되어 조금씩 변화되기도 해요.
그러니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 주로 끌렸는지,
지금은 어떤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사람들을 좋아하게 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서
천천히 alla님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미유넷(miunet.co.kr)이라든가 티지넷(tgnet.co.kr)과 같은
레즈비언들의 온라인 공간들을 통해서
alla님의 고민을 나누어보기를 권해드려요.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이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볼 수 있겠지요.
이 곳을 통해서 오프라인에서 조금씩 친구들도 사귀어보시고요.
비슷한 연령대, 관심, 취미, 직종 등에서 모임이 있고
그 모임에서 alla님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을 수도 있지요.
상담소 역시 레즈비언 회원단체로
소소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으니 상담소를 찾으시는 것도 한 방법일테고요.
alla님, 이만 상담을 마칩니다.
언제든 고민이 생기시면 다시 상담소를 찾아주셔요.
2010-05-7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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