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laalswl 님, 상담소입니다.
언니에 대한 걱정으로 상담소를 찾아와 주셨네요.
이렇게 얘기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전에 비해 방송에서 동성애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자주
흘러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동성애라는 것이,
나 또는 나의 가까운 지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많이 놀라고 혼란스럽고 힘드셨을 텐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상담소를 찾아오신 것, 정말 잘하셨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글을 읽기 전에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는 것은
자유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여성이반(레즈비언) 가족/지인 관련 강의' 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시간을 내셔서 한 번 참석해보시는 것이, 아래의 글을 열번 읽는 것보다
님께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궁금해 하신 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며
고민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보았으면 합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언니가, 자신의 동생이, 자신의 자녀가, 혹은
자신의 아내/남편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며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요청하시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동성애자의 가족이나 지인 상담이 상당히
빈번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깜짝 놀라곤 하세요.
나에게만 일어난 일인 줄 알았는데,
적어도 tv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에요.
하지만,
드러내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이지,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동성애자가 님의 가까운 주변에
가족으로, 친구로, 직장 동료로써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님께서 님의 언니분이 동성애자임을 몰랐을 때를 생각해보신다면
그저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그리고 감정과 욕구에 있어서도 그리 유별나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고요.
다만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왠지 끌리고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자주 만나고 싶고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같은 성별을 가졌다는 것과
그 사실 때문에 사회적 차별이나 혐오적인 시선들을
종종 받게 된다는 것 뿐이지요.
만약, 언니가 '동성애자' 임을 알게 되기 전과 후에
님께서 언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상' 이 크게 달라졌다면
그것은 언니분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님께서 가지고 있을지 모를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언니를 평가하는 데 어느정도 반영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소수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 소수의 사람이 심리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거나,
과거에 어떠한 일을 당해서 그렇다는 식의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그렇게 평가를 내리는 다수의 문제이지, 그 소수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언니의 심리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비정상을 나누어 동성애자에게는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며,
이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동성애자를 진정으로 도와주는 일이
마치 그들의 정체성을 뜯어고치는 일일 것이라고 여기는,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성적지향을 근거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나 거부감은
지금껏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편견때문입니다.
이성애만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간주되는 이 사회에서는
어떤 이성애자도 자신이 이성애자임을 굳이 밝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는
동성애자들에겐 엄청난 억압이 되곤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고 드러내지 못한 채
이성애자의 가면을 쓰고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데서 받는
자기 부정의 스트레스와 분열적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언니가 여지껏 님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이렇게 '말해봤자 이해받지 못할 것이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거야' 하는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클 겁니다.
또한, 한국 가족문화의 특성상
의지할 만한 가족구성원 한 명에게만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 사실이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나의 동의와 상관없이'
알려질 것은 불보듯 뻔 한 일일 테고요.
이번 일도, 언니분께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면
(이런 것 또한 아웃팅에 해당합니다)
또한 그 이유가
언니분의 성정체성에 관한 일이
마치 가족 전체에게 있어 큰 문제거리이며
그렇기에 상의를 거쳐 고쳐주거나 통제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면
지금 언니분께서 느끼고 있을 심리적 스트레스와 억압은
님께서, 혹은 님의 부모님께서 느끼는 걱정이나 충격과는
너무도 다른 차원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동성애가 일시적인 호기심이나
성적 충동, 변태적인 생각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는 것이라면,
동성애 교제 관계 또한 이성애 관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총체적인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못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성적인 행위하고만 결부시켜온 역사가
워낙에 뿌리 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또 실제로 이러한 오해는 동성애자들을 힘들게 하는 무서운 편견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님께서는 언니분을 이해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계시니,
이제부터라도 오해를 풀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동성애는 죄악도, 질병도 아닙니다.
이성애가 그냥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종류이듯이 말입니다.
동성애가 질병의 목록에 올려져 있던 것은 너무도 예전의 일이며,
지금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 가 질병의 목록에 올라와 있습니다.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을 강제로 고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언니분의 주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언니분의 상처와 실망은 커질 것이고 가족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믿지 않는 상태에서 대화란 불가능하고
언니분은 그저 도망가려 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시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에, 관심도 축복도 없이
상대방이 동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집안의 무거운 근심이 되어 버린 이 상황이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언니에게 가장 버거우리라는 것을
이해하시길 바란다고 말한다면,
너무 무리한 기대일까요?
상담원이 드리는 이런 얘기들이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 수 있어요.
이런 얘기는 어디서도 듣기 힘든 것들이니 말이에요.
하지만 기왕 상담소에 들르셨으니
한 번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상담원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오해는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 곳 홈페이지 상담게시판 아래에 있는
‘자주묻는질문 FAQ’의 59개 문항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시길 바래요.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lsangdam.org/tag/%EC%9A%A9%EC%96%B4/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
걱정되는 부분은 언니과 함께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의견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긴 토론이 이어지겠지만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서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나아가 이해도 가능해 진다는 점에서
등을 돌리고 벽을 쌓아가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대화의 방식이 강압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에요.
언니 분의 의사를 존중하고 현실이 정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같이 공감해주면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려는 님의 모습이야말로 언니 분께 정말 큰 힘이 될 거에요.
적어도 님께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언니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신다면,
언니분께, 그리고 님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될 겁니다.
다른 가족구성원들도 변화할 수 있구요.
평범하고 평범하지 않은 것,
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이지 않은 것,
그 구분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나마도 그 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
왼손잡이를 마녀의 표식이라고 생각하고 화형 시켜 버렸던
중세 시대의 사례만을 떠올려 봐도,
9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나 성당에서 동성애자 신부, 목사가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 것을 보아도,
정상의 기준이란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지요.
무조건, 절대적으로, 원래 ‘잘못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기억하면서
님께서 언니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은 지나고 나면 별 게 아닐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껏 취해왔던 님의 생각이나 행동들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이 상담글을 읽으며 고민이 해결된다기보다는
오히려 한숨이 더해 지셨으리라는 것, 상담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언니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내가 고쳐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비우고
언니의 감정이나 선택을 편견 없이 소중히 보듬어 주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편견은 그 실체와 맞부딪힐 때 가장 잘 깨진다고 하지요.
지금은 너무나 괴롭고 힘드시겠지만
이 상황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세상의 한 부분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계기로,
님에게 또 하나의 성숙의 기회로 다가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니분과 진실한 대화의 시간을 갖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언니에 대한 걱정으로 상담소를 찾아와 주셨네요.
이렇게 얘기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전에 비해 방송에서 동성애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자주
흘러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동성애라는 것이,
나 또는 나의 가까운 지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많이 놀라고 혼란스럽고 힘드셨을 텐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상담소를 찾아오신 것, 정말 잘하셨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글을 읽기 전에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는 것은
자유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여성이반(레즈비언) 가족/지인 관련 강의' 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시간을 내셔서 한 번 참석해보시는 것이, 아래의 글을 열번 읽는 것보다
님께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궁금해 하신 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며
고민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보았으면 합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언니가, 자신의 동생이, 자신의 자녀가, 혹은
자신의 아내/남편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며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요청하시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동성애자의 가족이나 지인 상담이 상당히
빈번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깜짝 놀라곤 하세요.
나에게만 일어난 일인 줄 알았는데,
적어도 tv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에요.
하지만,
드러내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이지,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동성애자가 님의 가까운 주변에
가족으로, 친구로, 직장 동료로써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님께서 님의 언니분이 동성애자임을 몰랐을 때를 생각해보신다면
그저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그리고 감정과 욕구에 있어서도 그리 유별나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고요.
다만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왠지 끌리고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자주 만나고 싶고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같은 성별을 가졌다는 것과
그 사실 때문에 사회적 차별이나 혐오적인 시선들을
종종 받게 된다는 것 뿐이지요.
만약, 언니가 '동성애자' 임을 알게 되기 전과 후에
님께서 언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상' 이 크게 달라졌다면
그것은 언니분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님께서 가지고 있을지 모를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언니를 평가하는 데 어느정도 반영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소수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 소수의 사람이 심리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거나,
과거에 어떠한 일을 당해서 그렇다는 식의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그렇게 평가를 내리는 다수의 문제이지, 그 소수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언니의 심리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비정상을 나누어 동성애자에게는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며,
이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동성애자를 진정으로 도와주는 일이
마치 그들의 정체성을 뜯어고치는 일일 것이라고 여기는,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성적지향을 근거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나 거부감은
지금껏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편견때문입니다.
이성애만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간주되는 이 사회에서는
어떤 이성애자도 자신이 이성애자임을 굳이 밝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는
동성애자들에겐 엄청난 억압이 되곤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고 드러내지 못한 채
이성애자의 가면을 쓰고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데서 받는
자기 부정의 스트레스와 분열적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언니가 여지껏 님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이렇게 '말해봤자 이해받지 못할 것이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거야' 하는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클 겁니다.
또한, 한국 가족문화의 특성상
의지할 만한 가족구성원 한 명에게만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 사실이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나의 동의와 상관없이'
알려질 것은 불보듯 뻔 한 일일 테고요.
이번 일도, 언니분께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면
(이런 것 또한 아웃팅에 해당합니다)
또한 그 이유가
언니분의 성정체성에 관한 일이
마치 가족 전체에게 있어 큰 문제거리이며
그렇기에 상의를 거쳐 고쳐주거나 통제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면
지금 언니분께서 느끼고 있을 심리적 스트레스와 억압은
님께서, 혹은 님의 부모님께서 느끼는 걱정이나 충격과는
너무도 다른 차원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동성애가 일시적인 호기심이나
성적 충동, 변태적인 생각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는 것이라면,
동성애 교제 관계 또한 이성애 관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총체적인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못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성적인 행위하고만 결부시켜온 역사가
워낙에 뿌리 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또 실제로 이러한 오해는 동성애자들을 힘들게 하는 무서운 편견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님께서는 언니분을 이해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계시니,
이제부터라도 오해를 풀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동성애는 죄악도, 질병도 아닙니다.
이성애가 그냥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종류이듯이 말입니다.
동성애가 질병의 목록에 올려져 있던 것은 너무도 예전의 일이며,
지금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 가 질병의 목록에 올라와 있습니다.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을 강제로 고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언니분의 주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언니분의 상처와 실망은 커질 것이고 가족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믿지 않는 상태에서 대화란 불가능하고
언니분은 그저 도망가려 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시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에, 관심도 축복도 없이
상대방이 동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집안의 무거운 근심이 되어 버린 이 상황이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언니에게 가장 버거우리라는 것을
이해하시길 바란다고 말한다면,
너무 무리한 기대일까요?
상담원이 드리는 이런 얘기들이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 수 있어요.
이런 얘기는 어디서도 듣기 힘든 것들이니 말이에요.
하지만 기왕 상담소에 들르셨으니
한 번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상담원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오해는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 곳 홈페이지 상담게시판 아래에 있는
‘자주묻는질문 FAQ’의 59개 문항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시길 바래요.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lsangdam.org/tag/%EC%9A%A9%EC%96%B4/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
걱정되는 부분은 언니과 함께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의견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긴 토론이 이어지겠지만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서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나아가 이해도 가능해 진다는 점에서
등을 돌리고 벽을 쌓아가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대화의 방식이 강압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에요.
언니 분의 의사를 존중하고 현실이 정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같이 공감해주면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려는 님의 모습이야말로 언니 분께 정말 큰 힘이 될 거에요.
적어도 님께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언니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신다면,
언니분께, 그리고 님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될 겁니다.
다른 가족구성원들도 변화할 수 있구요.
평범하고 평범하지 않은 것,
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이지 않은 것,
그 구분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나마도 그 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
왼손잡이를 마녀의 표식이라고 생각하고 화형 시켜 버렸던
중세 시대의 사례만을 떠올려 봐도,
9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나 성당에서 동성애자 신부, 목사가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 것을 보아도,
정상의 기준이란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지요.
무조건, 절대적으로, 원래 ‘잘못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기억하면서
님께서 언니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은 지나고 나면 별 게 아닐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껏 취해왔던 님의 생각이나 행동들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이 상담글을 읽으며 고민이 해결된다기보다는
오히려 한숨이 더해 지셨으리라는 것, 상담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언니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내가 고쳐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비우고
언니의 감정이나 선택을 편견 없이 소중히 보듬어 주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편견은 그 실체와 맞부딪힐 때 가장 잘 깨진다고 하지요.
지금은 너무나 괴롭고 힘드시겠지만
이 상황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세상의 한 부분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계기로,
님에게 또 하나의 성숙의 기회로 다가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니분과 진실한 대화의 시간을 갖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