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면서도 불안해요

...무려 2시간 동안 쓰고 있던 글이 사라져버려서... 다시 씁니다..최대한 간추려 볼게요...........

[토론] 토론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전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느껴 평소 인사만 나누던 친구를 붙잡고 동성애 결혼 합법화 토론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 친구 주변엔 동성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있고, 자신도 양성애자고, 동성애에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그래서 저 또한 저의 정체성을 밝히고 동성애에 관한 얘기를 펼쳤습니다.
이로인해 저는 학교 안에서 제가 벌써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너무 기니까 다음부턴 '♥'라고 명칭하겠습니다)을 포함하여 3명을 만났고 저는 학교 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동성애 지지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토론 전 날]토론 전 날에 동성애에 대한 자료와 그 자료와 맞는 입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위해 ♥와 보이스톡을 하게 됩니다. 저는 괜시리 무기력해지고 하기싫고 도망치고만 싶은 마음이 커서 하기싫다고만 말하는데 ♥는 저에게 
"내일 반대측에서 주장하는 모든 것들을 반박할거야! 반박할 자신 있어."라며 큰 소리를 냅니다.
심지어는 "이렇게까지 토론 준비를 열심히 하는 건 처음이야"라며 의지를 돋구어 주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이렇게 자신있어 하는 
♥에게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측 입장이 내세울 수 있는 주장 중에는 '동성애는 후천적이다'라는 것이 있는데 이엔 반박할 수 있는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는 온 힘을 다해 자료를 찾아다녔고 끝내 자료를 발견하여 저에게 자료의 내용을 읊어주었습니다.
읊어주다가 
♥는 갑자기 "동성애는 선천적이야"라고 말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의 의도는 제가 선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자각해주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적에 겪은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가 호소하는 말에 저는 "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라다가 엄마와 아빠한테서 어떤 사랑과 애정을 받지 못해서 그로인해 자신이 동성을 좋아할 수 있다는 거.. 어쩌면 맞는 걸지도 몰라.."라는 말을 해버립니다.
이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급히 화제를 돌리는 데에 급급했어요.
그렇게 저는 통화가 끊길 때까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끊기고 난 후에야 여기 이 상담소에 들어와
자료상자에 있는 통계자료라던가 질문 Q&A 자료들을 무작정 훑어보고 인쇄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토론 전 날의 하루가 끝이 납니다..

[토론 당일]토론 전 날에 당당해 하던 ♥은 말했을 때의 자신감과 비례하게 반박할 때마다 크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자료를 읊어나갔습니다. ♥는 바로 저의 뒤에 앉아 있었고 ♥의 크고 또박한 목소리는 마치 저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내 아무런 발언도 할 수 없었어요. 발언 기회도 많았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습니다..
용기가 정말 부족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겁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는 토론의 시작과 끝을 끝까지 자신의 주장으로 끝맺음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게끔 해서라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려주려고 한 것이 눈에, 아니 귀에 너무도 잘 들렸습니다.
♥는 저를 향해 무언의 위로의 토닥임도 해주었지만 저는 끝내 발언하지 못했습니다...
그런저런 일이 지나고 집에 가서 저는 카톡으로 
♥에게 "오늘 크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한 모습이 정말 좋았다"등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에 ♥는 "왜 오늘 아무 말도 안했어.."라며 슬퍼했습니다.
저는 이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슨 얘기를 하든간에 저는 스스로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거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 어떤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토론 끝내고 몇일 후]저는 토론 끝내고 약 1주일 하고도 몇일 내내 고통스러웠습니다. ♥에게 좋아한다고 전하면 전할수록 트라우마가 생각이 나서 웃으며 지내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에게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결국 금요일(7월 1일)에 야자시간에 말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말을 하겠단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선생님이 교실에서 야자를 해도 좋다고 하셔서 ♥과 다른 친구들과 저 이렇게 교실에서 야자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야자시간에 공책으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공책에다가 글을 써내려 가는 쪽지형태의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
제가 주로 하는 말은 '좋아해. 정말 좋아해. 많이많이 정말 좋아해!'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제가 앞서 말했듯이.. 좋아한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트라우마가 생각난다고 말을 했는데....저는 그걸 알면서도 좋아한다고 전합니다.. 그러다 저는 울게 되는데요...저는 울음을 참는것을 너무 많이 해왔던 터라 한 번 울게 되면...걷잡을 수 없게 울게 됩니다.. 그래서 울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글로 '울음이 멈추질 않아...'라는 말을 전하게 됩니다.. 그러자 
♥는 말없이 저를 안아주었고 제가 울고있다는 상황을 남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제가 자고있는거라고 말을 해주고 나에게 오는 시선이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더군요.. 저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을 터인데 친구들이 '기분이 안 좋아보인다'라고 물으면 제가 난감해 할까봐..
노력하는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울음이 멈추질 않아서 결국엔 
♥가 '밖에 나가서 대화할래?'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에 덜컥 겁이 나서 아무말도 안하고 계속 울기만 했는데.. 울면 울수록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
결국 밖에서 대화하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7월 1일(금).. 비가 엄청 내렸던 날이죠.. 교실에서 나온 복도는 정말 어둡고 습했습니다. 그 분위기는 저의 감정을
고조시켰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대화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엄청 길어져요...(....이거 생략하고 최대한 감정 다 없애서 쓰겠습니다.)

나:있잖아 나는 남성공포증이 있는 것 같아
♥:내 친구 중에서도 남자를 정말 많이 싫어해 하는 친구가 있어
나:그런데 그 남성공포증을 갖게 한 상대방이 있을거 아니야

♥:그렇지
나:나는 그 상대방이 아빠야

♥:....
(제가 너무 울어서 
♥는 장소를 옮기자고 말합니다. 최대한 깊숙한 곳으로 갑니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끝부분에 위치한 계단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 계단에 앉으면 바로 보이는 곳이 밖에 날씨가 훤히 보이는 창과 창문이 있는데 창문이 반쯤 열려있어서 비의 소리와 냄새를 맡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계단에 앉게 됩니다.)
나:토론 전 날에 동성애가 선천적이다 후천적이다에 대한 대화를 나눴었잖아.
내가 그때 ♥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빠로 인한 남자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야.
....
아빠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아빠는 모른다고 말하고 엄마는 남자들은 다 그렇다고 그렇게 끝맺음 지어버렸어.
모른다고, 남자들은 그렇다고 하면 안되는 거잖아. 최소한 그렇게 끝내면 안되는 거잖아.
그런데 그 일을 겪은 사람은 나 한 명이고 아빠는 모른다고 하고 엄마도 오빠도 모르니까
괜히 알려서 엄마와 아빠 사이를 틀어지게 하거나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말그대로 나만 아는거니까.
그런거라면 나만 고통스러워 하고 그래도 나쁠 것 같진 않았어. 그래서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요근래에 엄마에게 말해버렸어. 왜냐하면 적어도 아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잘못되지 않은 행동인지 알고 싶었거든.
그런데 내 얘기를 들은 엄마는 욕을 하면서 까지도 나를 옹호했어. 그런걸로 보아 아빠의 행동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어.
그래서 더 절망적이었기까지 했어. 차라리 옳은 행동이라고 말을 해주었다면 내가 아무리 잘못되지 않은 행동이라고 자각을 해도 엄마의 말을 믿으면서까지 엄마 아빠의 사이는 지켜주고 싶었거든. 엄마 아빠의 사이 틀어짐으로 인해 나와 오빠가 불행해질게 뻔하잖아. 오빠는 아무것도 모를텐데 오빠한텐 너무 가혹한게 아닐까 싶었어. 그래서 싫었어.
엄마가 아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을 때엔 절망적이었어.
이런 내 마음을 엄마에게 말했더니 그런것까지 생각할 필요 없다고, 그건 너가 생각할게 아니라며 위로해 주었어.
엄마가 아빠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런 반면에 나는 아빠가 왜 그랬었는지 이유와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를 받고싶었어.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평소처럼..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 더 사이가 좋아 보여서 ... 오빠 역시도 아무것도 몰라서
너무 고통스러웠어. 이제 더이상 가족하곤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 답답함이 
한테까지 말하게끔 만든 것 같아.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아빠는 나한테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단지 이유와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 뿐인데..
자꾸 너에게 좋아한다고 표현할 때마다 이 트라우마가 생각이 나서 참을 수 없었어.
지금은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 생각해. 공포증과 상관없이 나도 선천적이라고 느껴.
나는 선천적이야. 그리고..
이 트라우마를 잠시나마라도 잊기위해서 나는 이 고통보다 더한 고통으로 대체해야 겠다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어.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었는데..다른 방법은 떠오르질 않았어. 더한 고통이 있지 않으면.. 난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어..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란 말 때문에 나는 고통을 더한 고통으로 대체해야 겠다는 방식을 선택한 것 같아.
그냥 이렇게 나만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하다가 죽는다면.. 좋을 것 같아서.
(한참을 같이 울고 화제를 돌렸습니다.)

나:내가 중2때 ♥에게 모질게 대했었잖아.. 그때도 많이 좋아했는데.. 이러한 트라우마와 ...나의 마음에 확신이 필요하고.. 이러한 공포증 때문에 너를 좋아하게 된 거라면 사귀게 되었을때 이런것 때문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고백하지 못했어... 그래서 
♥가 나를 싫어하게 만든다면..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아니야, 모질게 대한 적 없어. 나는 너와 밥 먹는 것도 좋고, 얘기 나누는 것도 좋고, 그냥 너랑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좋아. 그러니까 이제 그런 말 하지마.
나:결정적으로 너에게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는 너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야.

항상 그런 고통스러운 불행한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나라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근데 나같이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결코 절대로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어.
나 싫어해도 돼 싫어해도 돼 좋아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이 얘기는 그 누구보다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어. (너는 아빠와 매우 친할 정도로 신뢰감이 큰 사이니까.)
말해주고 싶지 않았어.
(한참을 또 같이 울었죠.. 그러다가 야자 끝나는 종소리가 울려서 교실로 들어가게 됩니다.)

....

늘 통화로 대화를 했었다고 제가 전했었는데..

7월 1일..처음 직접 얘기를 나누었는데..

통화했을땐.. 저만 울고 ..♥는 울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통화했을때.. 
♥이가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서 흐느끼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물이 많았습니다......
저는 우는거...처음봐서......그 날 처음본거라..

경직되어 있었는데....
♥이가 저를 먼저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어서.........
.................

................................................ 생각이 많아지는 날입니다....
제가 자꾸 ♥와의 관계에서 고민이 자꾸 생기는게....
저는 지금 공부에 아무런 의욕이 없고 제 꿈도 미미해지고 꿈에 관련한 취미이자 특기였던 그림은 그려지질 않고
사랑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자신이 있는지
후에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아니....
이렇게 헤어지진 않을지..
......하는 불안감이 많아서...너무도 커서.....
행복하게 해줄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뚜렷한 특기가 있어야 하며
여러가지의 기초 지식도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이와 좋아하는 것이 많이 잘 맞으면 좋을텐데...
..........정말 걱정입니다
하지만 
♥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것같고..
심지어는 
♥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을 해도......제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하지만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서로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육체적인 사랑보다 더 추구하고..

정말 사랑하는데..


미영캣 1

댓글 1개

상담소님의 코멘트

상담소
미영캣 님, 상담원입니다.
6월 17일에 남기신 글에 아울러 답변을 드렸으니
해당 게시물을 찾아 상담글을 읽어 주셔요.
고맙습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