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먼저 답변이 늦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래 기다리셨을 텐데, 상담원의 착오로
상담글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내담자 님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sss 님, 님은 동성의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성관계만은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자는 싫은데 그렇다면 이런 자신이 무성애자인지
고민이 참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꽤 많은 분들이 님과 같은 의문을 품고
상담소 문을 두드렸답니다.
'여성과의 성관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나는
과연 레즈비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무성애자인 걸까요"
"성관계를 원하는 레즈비언을 보면 싫다는 느낌이 들어요. 왜 그럴까요."
주로 이런 내용의 고민들이었어요.
상담원이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님, 성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님 자신의 질문을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외로워하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정체성이라는 화두를 두고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라도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풀어 나갈 수 있답니다.
님, 그런데 레즈비언이라는 건,
동성애자라는 건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여성과 성적인 스킨십을 하는 여성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남성을 싫어하는 여성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상담소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상담소에서는 여성 동성애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어요.
<여자에게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성적으로 이끌리는 여자들 중
자기 자신이 그렇게 여자에게 이끌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기 정체성 안으로 통합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이 정의는 감정적 심리적 성적인 이끌림을 동시에 느껴야만
동성애자로 정체화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상담소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내가 주로 이끌렸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난 어떤 사람들에게 두근거렸고 어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었는지
이런 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기억을 짚어 보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가늠해 본 후
(예컨대, 미래의 나는 앞으로 주로 어떤 이들에게 호감을 느낄까
어떤 사람에게 설레이고,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느낄까
어떤 이들과 인생을 나누고 싶을까
나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을까)
본인이 만일 이제까지 좋아했던 이들이 대부분 동성의 상대였고
지금도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리는 상태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경우,
'난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로 살아갈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할 수 있는 용기 말이에요.
이러한 고민 속에는 성적 이끌림이 개입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님이 만약 성적인 거부감이나 공포 때문에
불편하거나 고민이 많이 되신다면
이런 불편함을 어떻게 다뤄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도 있고요.
성정체성, 섹슈얼리티는 다만
성적인 접촉이나 이미지를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성적인 관계가 싫다면
그런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것이 좋아요.
다만 님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다른 레즈비언의 성적인 욕구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계시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ss 님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일이니까요,
님이 어떠한 정체성의 사람이든지
님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님은 존중받아 마땅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셔요.
상담원은 님에게
상담원이 위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던져 보는 시간을
꼭 가져 보길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는 거예요.
상담소에서도 님의 고민을 응원합니다.
상담원의 답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님, 힘 내시고 또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라도 상담소 문을 다시 두드려 주세요.
그럼 오늘은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