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59님, 상담소입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어보았어요.
님께서는 중학교 때 한 번, 그리고 지금
동성에게 끌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셨고
이때문에 성정체성 고민을 시작하신 것 같아요.
상담원은, 님께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 집중하면서
정체성 고민을 해보셨으면 해요.
성정체성은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쉽게 그렇다, 아니다, 정의내릴 수는 없어요.
단지 님의 경험, 느낌, 생각을 바탕으로
님 스스로 탐색해 볼 수 있어요.
상담원들은 다만
님께서 탐색을 하는 동안 생각해 볼 지점에 대해서
조언을 드릴 수 있고요.
레즈비언에 대한 정의를 말씀드리자면,
레즈비언이란
여성에게 심리적, 정서적, 또는 성적으로 이끌리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끌림이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자기자신을 '레즈비언(또는 동성애자/이반)' 라 이름붙인 사람을 말해요.
내가 특정한 여성에게 끌린다는 점을
인정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정체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여성에 대한 끌림이나 여성과의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오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곤 해요.
또, 내가 어떤 여성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그런 여성과 앞으로를 함께하는 것이 행복할까? 아닐까? 에서
어떤 결론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성정체성 고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좋아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하는 거예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내 기준과 생각에 따라서
그 감정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주면 되는 거예요.
7859님께서도,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에 집중하고,
때로는 그 감정 차근차근 짚어보다보면,
님께 잘 맞는 정체성을 찾아가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동성을 향한 끌림은 이성을 향한 끌림과는 다르게
있는 그대로 쉽게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왜냐하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동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과 똑같이
하나의 '성정체성'이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동성애라는 것이 사랑의 한 종류가 아니라
'일탈' 이나 '착각'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요.
특히나 십대 때의 경험은
일시적인 혼란이라거나 지나가는 경험이라며
가볍게 이야기하곤 해요.
십대 때는 동성 친구와의 우정을 착각할 수 있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뭘 잘 몰라서'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짐작하면서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동성애에 대한 오해에에서 비롯된 편견이에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 시기를 불문하고,
그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서
그 자체로 너무도 자연스럽고 소중한 거예요.
그리고 그 마음으로부터
우리는 어느 시기이건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탐색하고
결정해 나갈 수 있는 거예요.
7859님,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셨나요?
성정체성은 단 시간 안에 결정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님께서 앞으로 누군가에게 향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또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과 비교해가면서
차근차근 고민해보신다면
언제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식으로
대강의 그림이 그려질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지요?
뭐,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랜 시간동안 준비하고 공들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 밖에는요.
그 사람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럴 때 나는 또 어떤 말로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보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준비해보세요.
물론, 이런 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동성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사귀는 과정들은
이성에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님께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고,
최대한 다가갈 수 있는 만큼,
나중에 후회하느니 한 번 노력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에게 다가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다만, 그 선배분이 님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커밍아웃을 하거나 고백을 하는 것은,
선배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일일 수 있어요.
선배 또한 님께 호감이 있었더라도,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널 좋아해' 하는 고백부터 듣는다면
난감해지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차근차근, 인내심을 갖고
우선 선배와 좀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우선은 후배 혹은 친구로서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만약, 언젠가 동성애가 화젯거리가 된다면
선배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님의 생각을 조금씩 말하고 이해시켜보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러면, 님께서도 동성애에 대해 '올바로' 아는 것이 좋겠지요?
상담소 홈페이지의 FAQ메뉴라도 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혹시라도 고백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선배에게 한가지만 당부해두셨으면 해요.
님께서 고백을 해왔다는 사실을 함부로 다른사람에게
말하고 다녀서는 안된다고 말이에요.
그 이유는, 님의 마음이나 님의 성정체성이
'알려지면 안되는 것' 이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다른 친구들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서
님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에요.
마지막으로,
내가 나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혹여 관계가 쉽게 가까워지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자꾸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2011-Y-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