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속에서 나와야만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상담게시판에 올려도 되는 글인가.... 수차례 고민을 했어요.
다른 분들의 깊은 고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 또한 고민이기에 올려봅니다.

20대 여자고요 20여년을 벽장 속에서 벽순이로 살고 있어요.
줄곧 짝사랑만 해와서 주고 받는 행복을 모르고 살았는데, 주변 이성애자 친구들이 연애하는 걸 보니 문득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오더라고요....ㅜㅜ
(사실 이런 생각은 밀물 썰물처럼 주기적으로 들긴 하더라고요...ㅎ)
하지만 수 차례 연애를 성사시키려 노력해왔지만, 어찌나 촉이 오는 여자분들은 다 그리 완벽한 이성애자였는지...
수 많은 상처와 눈물 끝에 이제는 제 촉을 부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좋아하게 될 것 같으면 그냥 마음을 접어버려요.
내가 상처받고 끝나는 건 상관없지만, 상대방한테까지 상처가 되어버린 경우가 생기니 그건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이러니 몇 년째 쳇바퀴만 돌고 돕니다.
용기를 내서 오픈 채팅방을 들어가보거나 커뮤니티에 가입을 해봐도 만나는 분들마다 제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그냥 다시 벽장으로 들어가곤 합니다.
물론 그런 곳에서 만난다는 건 '언제든지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 을 염두해두고 만나는 건 격하게 공감하고 잘 알지만,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의 연인이 되면서 시작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적극적인 분들 때문에 살짝 주춤해지는 건 맞더라고요.
돌다리를 너무 많이 두들겨 보는 걸까요...

옛날에는 이런 제 방식이 맞는 거라 위로하며 살았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니 이게 아닌가 싶네요.
생각해보면 볼수록 답은 정해져 있는데 계속 고민만 하는 스스로의 바보같음에 감명받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탐색을 해봐야 할 것 아니야?!' 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악의적인 접근이면 어쩌나....아웃팅 당하면....관계만을 위한 만남이면 어쩌나.... 등등
정말 기적처럼 주변 지인이었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내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역사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애초에 서로 이쪽 사람인 걸 알고 만나자. 싶어서 벽장 문을 열고 나와보면 예상 외의 선진적인 모습에 ㅋㅋㅋㅋ 혼자 겁먹고 다시 들어가요.
정말 정말 바보같고 겁쟁이 같으면서도 쉽게 용기가 안 나네요.
어떤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해야 할까요.... 작은 조언이라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어디로가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