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님, 상담소에서 답변 드립니다.

불변님, 상담소에서 답변 드릴게요.

 
불변님께서는 사귄 지
8년 된 여자 친구가 있으시다고요.

 
6년 간 비밀연애를 하다
비교적 최근에 주변에서
두 분이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셨고,

 
불변님과 여자 친구 부모님 모두
교제 관계를 허락해 주셨다고 써주셨네요.
 

현재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지인들을 모시고
비밀 결혼식을 하는 것도 서러운 마음이 드시고,
 

동성애자를 위한 웨딩촬영이나
웨딩홀을 찾기도 힘들어서
속상한 마음이시네요.

 
외국으로 원정 가는 것은 원치 않으나
외국에 사는 레즈비언들이 각자 자기의 나라에서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 꼭 죄인처럼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결혼식도 결혼생활도 몰래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싫고 좌절스러우시네요.
 

두 분 중 한 명이
차라리 남자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요.
 

 
불변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현재 국내에서는 동성이 결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여건이 전무한 것이 사실입니다.
 

외국의 경우, 동성이 결혼 할 수 있는
경우의 가지수가 몇 개 있는데요.

 
첫째로,
동성 결혼( same-sex marriage)은
아시는 바와 같이,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동일한 성별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법률상,
사회상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을 말합니다.

 
현재 네덜란드, 스펜인, 벨기에, 포르투갈,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스웨덴, 캐나다, 아이슬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시행중이고요.
 

"결혼은 이성의 혹은
동성의 두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네덜란드의 결혼에 대한 정의와 같이 동성 결혼은
이성애 혼인과 동일한 법적인 지위를 갖고 동일한 권리와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로,
시민 결합(civil union, civil partnership) 제도는
동성애 동반자관계를 혼인관계와 유사하게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현재 영국,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의 몇몇 주(뉴저지, 워싱톤, 오레곤)등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어요.
 

동성애동반자 등록제를 시행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배우자로서의 권리, 상속, 이혼 등의 법적 이익만을 보장하고,
입양 등 일부 권리는 제한하기도 합니다.
 

“saparate, but equal” (분리되지만 동등한)로 표현되는 이 말은
굳이 시민 결합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이성애자 결혼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만들어-
동성애자들을 이중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해요.
 
 

셋째로,
팍스(PACS,Civil pack of solidarity,시민연대협약)이 있는데요.
남녀,남남,여여,형제·자매간,친구간에 간단한 신고를 통해서
결혼한 커플과 유사하게 법적·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프랑스의 제도입니다.
 

팍스는 성이나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 커플에게 기혼자와 동등한 혜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요.

하지만 이성간의 경우 결혼(제도)과 팍스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팍스만을 선택해야 하는 선택의 제한과
동성애자 커플은 입양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불변님께서 오랫동안 교제를
해오신 여자친구분과 결혼 하고 싶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보장이나 책임,
동시에 의무를 규정짓는 관계적 결합을 의미하는지는
상담원이 모두 알 수는 없지만요.
 

이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보장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의 틀을 원하시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 해봅니다.
 

현재 한국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여러 소수자들의
제도적 결혼 혹은 그와 유사한 제도를 위한 움직임을
소개하는 것으로 불변님 상담을 대신할까 합니다.

 
물론, 불변님이 답답해하고 계신 것처럼
축복받기 충분한 동성간의 관계가

이렇게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험은 참으로 화도 나고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직은 미약하고 초기적인 단계이지만
한국에서 동성애자들을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있다는 것을 가지고
조금은 희망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첫째로 불변님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언니네트워크 /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주최하는
“정상가족 관람불가 展” 이라는 사진 전시회입니다.
 

 
2012.5.26 ~ 6.1 , 대학로 갤러리에서
오후1시~9시 (주말 및 공휴일은 오전11시~오후9시)에
열리는 사진 전시회 인데요.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그동안 정상가족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던
다양한 방식의 가족들을 사진 작업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시입니다.

 
불변님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러한 고민들을 생각하고
나누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느끼시고 알면서
조금은 용기내시고 힘을 내셨으면 하네요.

 
여자친구분과 함께 전시를 보러 가셔도 좋을 듯 해요.
 
전시 이외에도 부대행사 등이 있으니
http://family-b.net/25
위의 링크 주소로 가시어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보세요.
 
 

 
두 번째로는
위에서 언급되었던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에 대해 소개합니다.
 
 
정식 명칭은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인데요.
 
벌써 6년째 접어드는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 성소수자 문화 인권센터, 성적소수문화 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언니네트워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 인권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불변님께 소개하고 싶은 것은
<찬란한 유언장>과 <파트너쉽 법안연구>입니다.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이 진행해온 <찬란한 유언장> 행사는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의 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상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가족형태에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재의 친족·상속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한 목표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유언장’이란 개념은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가족주의 규범을 지탱하고 있는 상징적이고 물질적인 기제로서,
대안적인 가족을 꾸리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에,
<찬란한 유언장> 행사를 통해 가족제도 바깥의 가족구성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언에 대해 알리고자 야심차게 시작된 프로젝트 사업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성애 결혼 제도 밖에 있는 동성애자들이
동성 커플이나 동성 친구와의 상속 문제들을 다룰 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트너십법안 연구>는
불변님이 가장 관심을 가지실 부분인 것 같은데요.
위에서 소개드렸다시피 이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연구모임에서는 한국의 실정에 알맞은 제도를 위한
연구를 계속 해왔고, 현재는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서
이름을 따온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성립, 효과, 해소 등 그 간의 축적된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린다면,
기존의 민법이 정한 혼인과 가족의 틀 안에 혈연 외의 관계나
동성 커플 등의 관계를 포괄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는 것과
 
동시에 혼인에 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또한
법률혼 외의 관계들을 담아내는 다양한 제도를 만드는 방편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안적인 파트너십 법안이 가질 수 있는 특징에 대해
성립, 효과, 해소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상세한 쟁점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대중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동성 결혼 및 동성 파트너쉽을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정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변님이 느끼시는 불편함과 차별받는 상황에 대한 분노를
많은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이 동감하고 있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불변님께서도 지속적으로 관심가지시고 또 함께 하신다면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불변님이 원하시는 것과 같은
동성 결혼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올해 13회째를 맞이하는 퀴어 문화 축제입니다.
 
퀴어 축제는 퀴어들이 만드는
퀴어들을 위한 영화제, 전시,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행사로
이루어 지는데요.
 
불변님께 이를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것은
올해의 축제 모토가 “퀴어 연가” 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연을 맺다> 라는 뜻의 퀴어 연가는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퀴어”들이
가족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의 퀴어 축제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가족’을 구성하고
그 사랑을 지키면서 살 수 있길 원하며,
이성간 관계로만 결혼을 독점하고 있는 것에 항의합니다.
 
또한,
결혼만이 가족 구성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것에도 문제제기하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위한 노래와
세상의 불의와 차별에 굴하지 않은 뜨겁고 당찬 사랑의 노래를
함께 하는 자리입니다.
 
6월 2일 본행사인 퍼레이드는
서울 종로에서 이루어 지고요.

이 날 불변님과 여자친구분, 친구들이 함께 모여
퀴어 축제에 참여하시면서

혼자서 혹은 두 분이서만
속으로 쌓아왔던 울분이나 답답함,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의 행복과 차별받았던 것들 모두를
많은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
또 힘을 받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퀴어축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http://www.kqcf.org
으로 들어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불변님의 갑갑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글을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 상담소 드림
 
 
 
2011-2023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