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님, 답변을 드립니다.

 

코코넛 님, 상담원입니다.

문의 사항에 답변이 너무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바대로,

개인, 기관, 단체 등에서

다양한 성소수자의 정체성, 경험, 권리 등을 논의할 때

영어권에서 들여온 용어를 어떻게 번역해 사용하는가가

그리 일관적이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마냥 중구난방이라기보다는

영어 원 표현이 가리키는 바에 대한 해석과 입장의 차이가

번역어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보는 편이 

좀 더 타당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sex에서 파생되는 형용어인 sexual 및 

gender 에 각각 대응하는 알맞은 용어를 고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sex 와 gender 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sexual 이라는 말을 어떤 맥락에서 살펴보는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sexual identity와 gender identity 

이 두 용어의 번역에 대한 저희 단체 입장과 관련해서는 우선

상담소로 들어오는 여러 질문을 정리해 마련한

<이런 질문도 괜찮아요: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궁금해 하는 것>

1부 용어 정리 상의 해당 항목을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다음 링크를 누르시면 자료집 파일로 곧장 넘어갑니다.

https://goo.gl/mRvSX2  

 

자료집 내용을 다음 각 게시물을 통해 항목별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성(적)정체성(sexual identity)

http://lsangdam.org/faq/96

 

무성애자(asexual)

http://lsangdam.org/faq/105

 

성별정체성(젠더정체성 gender identity)

http://lsangdam.org/faq/108

 

성별표현(gender expression)

http://lsangdam.org/faq/114

 

이제

위 내용을 직접 확인하셨다고 전제하고

글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상담소는 

sex 와 sex 를 어근으로 삼는 sexual 과 같은 용어는

“성” 혹은 “성적”으로 옮깁니다. 

(다만 ‘적’이라는 접미사는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줄이려고 합니다)

gender 는 ‘성별’로 옮기고요.

 

sexual orientation과 sexual identity는 그래서

각각 성(적)지향과 성(적)정체성이 됩니다.

 

이때 성(적)정체성은 

내 몸의 구조와 형태가 나타내는 성적 특징(sex characteristic)이나

내가 인식하는 내 성별(gender) 그 자체와 관련된 정체성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성별의 사람에게 (낭만적으로나 성적으로) 끌리는가 

즉, 나의 욕망이 어떤 성별의 사람을 지향하는가와

관련된 정체성입니다.

 

가령

지향이 동성의 상대(본인과 같은 성별의 사람)면서 

그걸 자아 정체성에 통합한 사람이 동성-애-자,

지향이 동성의 상대와 이성의 상대(본인과 다른 성별의 사람) 모두이면서 

그걸 자아 정체성에 통합한 사람이 양성-애-자,

지향이 이성의 상대로 그걸 자아 정체성에 통합한 사람이 이성-애-자인 셈입니다.

 

하이픈은 용어가 구성된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편의상 넣어 보았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용어가

동-성애-자로 구성된다기보다 

동성-애-자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요.

 

성별 자체가 여성과 남성 둘 뿐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이성에 대한 끌림의 범위와 종류 자체가 확장되기 때문에

양성-애-자와 범성-애-자는 혼용되기도 한다는 말씀 또한

덧붙여 둡니다.

 

이렇게 성(적)지향과 성(적)정체성을 옮길 때

sexual이라는 형용사는

나의 sex 그 자체, 나의 sex 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욕망, 감정, 끌림 등을 아울러 가리키는 말로서

“( )-성애-( )”의 “성애”가 아니라

“( )( )-애-( )”의 “애”로 옮겨지게 됩니다. 

 

사실상 

낭만적-정서적romantic 끌림과 

에로틱한-성애적erotic 끌림이

성적sexual 끌림이라는 표현에 

한 데 뒤섞이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애”를 경험하는 방식은 다양하지요.

 

낭만적-정서적 끌림과 에로틱한-성애적 끌림을

고루 한꺼번에 겪으면서 

그것을 “애”로 경험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둘 중 한 가지 끌림만을 주로 느끼거나

둘 중 한 가지는 아예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끌림을 전혀 혹은 거의 느끼지 않는 

넓은 범위의 사람을 아울러 일컫는 범주가 무성애자인데

이때 무성애자의 용어 구성은 무성-애-자라기보다

무-성애-자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 가운데는

유-성애-자도 무-성애-자도 존재합니다.

 

한편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은

내가 나를 어떤 성별로 인식하는가

내가 나를 어떤 성별로 정체화하는가 (어떤 성별에 동일시하는가) 와 

관련된 정체성이지요.

 

상담원이 링크해 드린 자료와 추가로 드린 설명이

코코넛 님이 용어의 번역과 활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참고하실 만한 자료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준) 씀, 2016)

바로 내려받기: https://lgbtstudies.or.kr/

 

트랜스젠더의 역사: 현재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이론, 역사, 정치 

(수잔 스트라이커 씀 / 제이, 루인 옮김 / 이매진 2016)

도서 정보 보기: https://goo.gl/jz5mqX 

 

상담소의 자료집과 위 책자들을 나란히 놓고 꼼꼼히 읽어 나가시면서

각 용어를 대하고 활용하는 코코넛 님의 입장을

스스로 정리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답변을 드리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오늘 글은 이만 마칠게요.

더 궁금한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실 때면 

언제든 다시 상담소를 찾아 주셔요.

 

상담원이었습니다.

 

20170119H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