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고양이님, 상담소에서 답변드립니다.

 

검은고양이님 안녕하세요. 상담소입니다.

답변 글이 늦어져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검은고양이님이 이 게시판에 쓰셨던 모든 글을 잘 읽었습니다.

 

검은고양이님은 인터넷을 통한 만남에 대해서 슬픈 마음이 있다고 하셨네요.

레즈비언 카페에 가입하시고 활동하셨는데, 쪽지를 보낸 분이 있으셔서 좋았지만

알고 보니 그 분이 남자여서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셨지요.

그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한 번 더 있으셨고,

그래서 결국 카페를 탈퇴하셨다고요.

또 검은 고양이님께 사귀자고 한 분도 계셨는데,

알고 보니 애인이 있으신 분이었던 경험도 겪으셨다고 하셨네요.

 

상담원은 검은고양이님의 글을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답니다.

사실 상담원인 저도 검은고양이님과 비슷한 경험들이 있었어요.

저도 분명 레즈비언 카페라고 되어 있어서 글을 올렸고,

그 곳에서 연락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남자 분이었던 경험이 있어요.

또 다른 온라인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만나서 저에게 사귀자던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남자 애인이 있는 여자 분이었던 경험도 있고요.

그 밖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면서는 별별 매너 없는 일을 많이 겪었지요.

상담원인 저도 이런저런 일을 겪을 때마다 가슴도 아프고, 짜증도 나고, 슬펐어요.

검은고양이님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위안을 받고자,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친해지고자

가입하고 활동한 레즈비언 카페인데,

나를 그저 심심풀이 상대로 보는 것만 같은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것 같고

혹은 가벼운 이야기만 하느라 나의 진지한 얘기에는 관심 없는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면 무척 슬프지요.

인터넷을 통한 만남, 이런 것은 나랑 맞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 수 있고,

누군지도 모르는데 믿을 수도 없어, 만나기 싫어, 이런 마음도 충분히 들 수 있어요.

상담원은 검은고양이님의 심정에 많이 공감합니다.

그동안 많이 속상하였겠어요.

 

그렇지만 검은고양이님,

모든 만남에는 빛도 있지만 그림자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학교나 학원 등의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것이니 아무래도 믿을 수 있겠지요.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들을 수 있고요.

그렇지만 하나의 그룹이 만들어진 곳에는 쉽게 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고,

한 번 관계가 형성되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관계 유지에 어느 정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사이트, 카페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사람을 만난다면,

아무래도 쉽고 편하고 가볍게 만날 수 있고,

여기에 대한 어떠한 공간적인 제한도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더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검은고양이님이 깊이 느끼신 온라인 만남의 단점 때문에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신다면,

어쩌면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놓칠 수 있지 않을까요?

 

검은고양이님은

이 사이트를 통해서건, 전에 알던 사이트를 통해서건,

검은고양이님께 연락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지요.

검은고양이님은 인터넷을 통한 만남만 있어 슬프다고 하셨지만,

상담원이 보기에는 그래도 검은고양이님께 소중한 인연 같아 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그렇게 시작되는 작은 인연들이

언젠가는 검은고양이님께 큰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벼운 얘기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는 검은고양이님이 하고 싶어 하시는 진지한 얘기 또한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진지한 얘기로 처음을 시작하면 서로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테니까요.

 

분명 온라인에서의 만남들은,

오프라인처럼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피해를 보게 될 확률도 있죠.

검은고양이님이 만나신 남자분이나, 애인 있으면서 괜히 사귀자고 했던 나쁜 분들처럼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해결방법은 있어요.

해당 카페나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신고하는 것이에요.

보통의 온라인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는 남자가 활동하는 것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어요.

게이와 레즈비언 모두가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해도,

이성애자 남자가 레즈비언 회원에게 접근을 했다면

그것은 충분히 신고 사유가 될 수 있어요.

운영자에게 쪽지나 메일을 통해 이러한 일을 겪었다고 알리게 된다면,

해당 아이디를 활동금지 시킬 수 있다는 말이에요.

(캡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서 그 남자 분에게 받았던 쪽지 등을 캡처하여 운영자에게 보내면 되겠지요.)

 

애인이 있는 사람이 사귀자고 했다는 것은 신고 사유까지는 아닐 수도 있지만,

보통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일을 어느 정도 비윤리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게시판, 또는 익명게시판 등에 이러한 사람이 있더라,

하고 자신이 피해를 겪은 경험을 말함으로서,

그 사람이 더 이상 활동 할 수 없도록 충분히 여론 몰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운영자만의 몫은 아닙니다.

검은고양이님처럼 글을 올리며 친구를 구하는 평범한 회원들 또한

그러한 몫을 가지고 있답니다.

검은고양이님은 예전에 활동하셨던 곳에서는 그냥 탈퇴하셨다고 하셨지만,

다음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신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피해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른 회원들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검은고양이님이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더 이상 싫고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온라인 뿐 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검은고양이님과 같은 동성애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들 또한 있다는 것을

상담원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인 라틴(http://cafe.daum.net/Rateen)에서는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고요,

동성애자인권연대(http://www.lgbtpride.or.kr/)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http://www.kscrc.org/) 와 같은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는

검은고양이님 또래의 활동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는

청소년자긍심팀( http://cafe.naver.com/lgbtyouth)을 따로 운영하며

검은고양이님이 참여하면 재밌을 것 같은 여러 활동(청소년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고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는

‘퀴어뱅’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신촌 공원의 성소수자 여자 청소년을 만나는 거리이동상담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원이 알려드린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시고,

회원 가입을 하셔서 이러한 곳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검은고양이님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고, 두 번의 글을 통해 써주셨는데요.

상담원이 생각하기에 검은고양이님이 그걸 많이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

물론 연애관계를 하는 데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다면

어쩌면 조금 곤란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상담원은 연애에 있어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지갑만 두꺼운 사람보단,

검은고양이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끼칠 영향까지 생각해주는

세심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뭐, 나중에 만약 검은고양이님께서 애인이 생기신다면

애인과의 관계에서 금전적인 이유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안 생길 수도 있어요.

생길 지 안 생길지 지금은 전혀 모르는 문제라는 거지요.

지금부터 미리미리 걱정하면서 마시고

일단 검은고양이님이 애인이 생기신 뒤에,

문제가 나타난다면 그 때 다시 고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덧붙여, 이것은 상담원의 지나친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상담소 홈페이지는 공개된 곳이고

검정고양이님이 피하고 싶어 하는 남자 분들도 상관없이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 이메일 주소와 같은 검정고양이님의 개인 정보를 공개된 글에 남기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혹시 이상한 분의 연락을 또 받으실까봐 염려되는 마음에 이렇게 사족처럼 적어보았습니다.

 

상담원은 검은고양이님을 만나 검은고양이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음에도 고민되거나 슬픈 일 있으면 언제든 상담소에 찾아와주세요.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상담원이 위로친구 해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하세요.

 

담당상담원 드림.

 

 

S2903T2807 


상담소 1

댓글 1개

검은고양이님의 코멘트

검은고양이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후련한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네요.
다음번에도 이렇게 좋은답변 보내주신다면 감사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