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 상담소에서 답변드립니다

하늘님 안녕하세요. 상담소입니다.
답변 글이 많이 지연되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하늘님이 글을 남겨 주신 것이 12월 20일인데,
벌써 일주일도 훨씬 넘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네요.
답변이 지체되어, 혹여나 그동안 하늘님의 고민이 더 커지지는 않으셨는지
상담원은 걱정이 됩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보다 빠른 답변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하늘님은 좋아하는 분이 있으시고,
그 분이 동성애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것을 떠 볼 방법이 없냐고 물으셨어요.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자연스럽고 티가 나지 않을 지
하늘님은 무척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상담원은 우선 하늘님께, 상담소에 정말 잘 오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괴로울 때에
그저 그 마음을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하늘님은 이렇게 상담소에 찾아오셔서, 이렇게 글도 남겨주셨네요.
상담원은 하늘님이 글을 통해 나누어주신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늘님은 동성애 관련 이야기를 생각해보셨지만
홍석천에 관한 이야기,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으셨나 봐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사회가 무척이나
남자와 여자만의 관계만 중요시여기는
이성애중심적인 사회인지라
‘동성애’에 관련한 이야기가 뭐가 있는지,
쉽게 떠올리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항상 이성애를 주로 다루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이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흔히
친한 사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자에게는 “너 남자 친구 있니?”라고 물어보고요,
남자에게는 “너 여자 친구 있니? 라고 묻곤 하지요.
여자에게 여자 애인이 있거나,
남자에게 남자 애인이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하늘님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똑같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요.
상담원은 이 사회에 보다 동성애 관련 이야기가 더 많아져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에 대한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답니다.

그럼 이제 상담원은 하늘님께, 먼저
하늘님이 생각하시고 있는 ‘동성애에 관한 화제’에 대한
상상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하늘님이 생각하신 것보다
‘동성애에 관한 화제’는 무척 다양할 수도 있답니다.
홍석천 이외에도, 커밍아웃한 연예인들은 무척 많지요.
레이디 가가는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밝히기도 했었고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로 출연한 배우 이안 맥캘런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었지요.
그 밖에도, 자신을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표현한 유명 인사들은
정말로 정말로 생각보다 많답니다.
이러한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늘님이 더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꼭 연예인 얘기가 아니어도,
동성애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드라마, 뮤지컬, 만화들도 정말 많지요.
콕 집어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한국 드라마 중에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가 있었고요.
그 드라마가 좀 시간이 지난 것 같아 말을 꺼내기 어려우시다면,
해외 드라마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도 무척 인기를 끌고 있는
<글리>,<모던 패밀리>같은 미국 드라마에서는
동성애자 캐릭터들이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지요.
<글리>뿐만이 아니라, 많은 대부분의 서양 드라마 등에서도
동성애자 캐릭터가 아주 흔히 다뤄지고 있고요.

‘하늘님이 좋아하시는 분’이 어떤 매체를 좋아하냐에 따라
어떻게 동성애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게 좋을 지 고민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분이 드라마를 즐겨 보신다면
상담원이 위에 쓴 드라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동성애를 다룬 최근 영화나, 동성애자인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서
말을 꺼내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 분이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BL만화는 어떻게 생각해?” 라는 말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도 있겠고요.

만약에 좋아하시는 분이
어떠한 문화적 매체에도 관심 없어 하시는 분이라면
동성애 관련 사회적인 이슈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예를 들자면, 최근 크게 화제가 되었던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도 있겠지요.

여기까지 쓰고 보니,
하늘님이 고민하시는 것은
‘대화의 주제’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보다 ‘대화의 기술’에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어떤 화제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능력이겠지요.

지금 하늘님이 고민하고 계신 것에 대해서
이건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가에 달린 문제 같네요,
라고 말하는 것을
상담원이 그저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상담원은 진심으로
하늘님이 고민하시는 것보다
이 문제의 해결이 쉽고 간편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상담원은 하늘님께,
상대방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에는 호의적이라고 해도,
실제로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홍석천이나 레이디가가의 커밍아웃에 대해서
“쿨하고 멋지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자기 옆에 있는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러니,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고, 아주 절대적이라고는 생각하시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거나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면
언제든 다시 이곳 게시판 찾아 글 남겨 주세요.
열심히 고민 나누겠습니다.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

담당 상담원 드림.

 

S2903T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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