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너의소녀a 님, 상담원입니다.
답변을 한달도 훨씬 넘게 기다리시도록 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며
상담글을 열겠습니다.
사용하신 닉네임이 조금 긴 감이 있으니
줄여서 간단하게 a 님이라고 부를게요.
양해 부탁드려요.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아는 동생과
불미스러운 금전 문제로 거리가 멀어졌는데
그런 뒤로 줄곧 그 동생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꿈을 꿔 오신거네요.
성정체성 고민을 치열하게 하시던 시절에
애착을 갖고 만났던 동생이라
속상한 일로 못 보게 되긴 했어도
내내 생각을 하게 되셨나 봐요.
정확히 그렇게 쓰지는 않으셨지만
꿈에 대해 말씀하시는 뉘앙스로부터
아마도 a 님이 그 동생이라는 분과
교제 관계와 거의 다름 없는 사이로 지내셨던가보다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a 님 곁에
a 님이 좋다고 고백한 여자 분이 머물고 계시는 것이지요.
그 분의 마음을 a 님도 받으셨고요.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자꾸 고교시절의
그 동생에 대한 꿈을 꾸고 하는 a 님 자신이
어쩐지 현재 곁에 있는 여자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게 되신 것 같아요.
못 만나게 된 동생이 그립고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들어 하시는 a 님의 마음,
십분 이해가 되어요.
상담원이라고 해도 남인 만큼
세세하게 구석구석 그 마음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요.
지금 끌어 안고 계시는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누군가를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해서
그렇게 말끔하게 씻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의 존재를
애써 억지로 내 마음으로부터 비워내려 노력하기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그 흔적이 옅어지도록
가만 두어 보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이랍니다.
이 때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게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이 없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점 만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지나간 인연이 머무는 자리와
새롭게 다가온 인연이 자리잡는 터가
의외로 사이좋게 공존할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만일 예전의 그 동생에 대한 기억에
너무 깊이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관계에 집중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태라면 현재 만나는 분에게
적절히 설명을 하고 조금 거리를 둔 채로
지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누구보다도 a 님 자신이
그런 마음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요.
a 님이 마음 쓰시는 것처럼
지금 a 님 곁의 그 분도 그런 a 님의 상태를
결국에는 눈치채고 힘들어 하실 수 있고요.
하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이 좋고
지금의 관계가 소중하다면
아무리 과거의 인연이 자꾸 떠올라도
지금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드린 말씀들을 보면
상담원이라고 해서 정말이지
별 다른 근사한 수가 있는 건 아닌 거 같지요?
아무쪼록 a 님이
소중한 걸 놓치지 않는 선택의 길로
접어드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이 과연 소중한가에 대한 결정의 몫은
여전히 a 님에게 있고
그러한 결정은 녹록지 않은 것이지만
잘 하실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믿어 보셨으면 해요.
관계들 속에서 난항을 겪을 때나
또 다른 고민이 생길 때면
언제든 다시 이곳 게시판 찾아
고민을 나눠 주세요.
다독다독 해 드리고 싶은 상담원의 마음이
a 님에게 잘 전달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격려를 전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상담원이었습니다.
201307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