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찜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란찜님. 상담소입니다.

답변글이 늦어져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란찜님이 써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란찜님께서는
란찜님의 할머니께서
란찜님이 어디 나갈 때마다 ‘남자 만나러 간다’고 저주를 하셔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다고 하셨네요.
할머니의 그런 행동을 그만 두게 하기 위해
어떻게든 여자 친구를 만들거나 구해서
앞에서 키스 퍼포먼스 같은 것을 해서 할머니를 충격 받게 만드시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상담원이 보기에,
이러한 퍼포먼스가
란찜님이 원하시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요.
란찜님도 어느 정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란찜님의 할머니께서 란찜님에게 저주를 하시는 것은
란찜님이 ‘이성애자’로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할머니께서 정말 ‘잘못’을 하고 계신 거 에요;
란찜님이 할머니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해서
할머니가 란찜님을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할머니가 란찜님을 저주하고 욕하시는 것은 멈추시지 않을 것 같고요.
 
란찜님의
‘만나지도 않는 남자 만난단 소릴 들으니’
더 화가 나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것은
란찜님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
 
란찜님께서는
‘남자 만난다고 저주하는 할머니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하셨지요.
란찜님은 할머니의 폭언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셔서
그 자체로 상처를 많이 받으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당장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할머니가 심한 말씀을 하신 것에 대해서
그 표현들을 마음 속에 고스란히 담아두기보다
되도록 흘려버려 주세요.
저주, 부당한 욕이며 꾸지람을 계속해서 듣는 상황에서
란찜님의 마음 건강을 건강히 유지하시기는 정말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일단, 화가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보다 이성적인 해결책을 함께 생각해보아요.
 
우선, 란찜님의 다른 가족구성원들인 
아버지와 오빠가 란찜님을 지지해 줄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남기신 이야기들만을 보면, 상황이 어떠신지 알 수가 없네요. 
할머니께서 아무리 저주를 퍼붓고 욕을 하면서 당신을 괴롭혀도 
란찜님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큰 힘이 돼요. 
그러니 혹시라도 아버지나 오빠에게 할머니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해보세요. 
아버지나 오빠가 할머니의 지금 행동, 발언 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떻게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주’라고 보여질 정도로의 언어 폭력이 행해지는 것이
란찜님께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실지도 모르니
만약에 조금이라도 신뢰관계가 있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사실 지금 란찜님께서 처한 상황을
란찜님의 아버지, 오빠와 공유하였을 때
지금의 상황을 "별 거 아니겠지"라고 여긴 다던가 
당신의 잘못이라고 여기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란찜님이 좌절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가족들이 자신을 많이 괴롭히고 있을 때,
제일 확실한 대처방안은
가족들과 자신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바로 ‘자립 가능성’입니다.
 
지금 란찜님께서 할머니와 함께 있는 공간, 집으로부터 도망을 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을 상실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현재 란찜님이 집을 나오셔도
안정적으로 잠잘 곳과 끼니를 해결하실 수 있는 상황이신지
상담원으로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만,
만약 란찜님께서 현재 전혀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시라면
일단 집을 나오신 다음 
청소년 쉼터(20살이면 청소년 쉼터 입소가 가능합니다)를 찾아 숙식을 해결하고
자립 생활을 준비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녹록한 대안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물리적 분리를 고려하신다면,
무엇이 내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지 냉정하게 저울질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할머니의 저주와 욕설이 계속 들려와 내가 심리적으로 많이 괴롭더라도 
현재의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살며
물질적 지원을 계속 누리기를 선택하는 게 나에게 좋을지,
아니면 아무리 가시밭길 같은 자립생활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들
지금의 폭력적 상황에서 벗어나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게 나에게 좋을지,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결단을 내리는 편이 더 좋은지, 더 맞는지,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이 고민 끝에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에 옮긴다면, 
그게 바로 란찜님이 갈 길입니다. 
최대한 후회 없을 선택을 하면 좋겠으나 
나중에 혹여 후회할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이 직접 결정한 바에 따른 일이라면 아무래도 덜 괴롭겠지요.
 
앞으로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거나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면
언제든 다시 이곳 게시판 찾아 글 남겨 주세요.
열심히 고민 나누겠습니다.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
 
담당 상담원 드림.
 
 
 
S2903T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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