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드립니다.

님. 현재 많이 힘든 상황이신 것 같네요.
정확한 정황까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님이 쓰신 글을 토대로 보았을 때
지금 무척 괴로운 심정일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타인과의 스킨십이나 성관계의 경험이 없었는데
술에 취한 상황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 것이군요.
그 때는 상대방도 님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믿으라고 했다고요.
그렇게 관계를 맺었는데 상대방은 다음 날 바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며 미안하다고 말하고 가버린 것이군요.

님에게 무척 당혹스럽고 불쾌한 경험일 것 같아요.
문제는 그 때의 일이 자꾸만 떠오른다는 것이죠.
잊고 싶은데 자꾸 생각이 난다고요.
남들에겐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님에겐 충격이라고요.

물론 이런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지요.
어떤 사람에겐 쉽게 지나가버릴 수 있는 경험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큰 충격이라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님, 잊고 싶은 기억인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일단 잊혀지지 않는 일은 굳이 잊으려고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시간이 지나고, 님이 좀 더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무뎌지길 바래야겠죠.

그리고 님이 쓰신 글의 내용을 토대로 보았을 때,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사람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지금의 아픈 경험이 나중에 님이 다른 실수를 하지 않고,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그 날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님이 좋아하는 분은
님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분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님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한 것이죠.

그 분이 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도 님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믿으라고 말을 한 것으로 보아
그리 성숙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배려해주지 않고,
그저 자기 원하는 대로만 행동한 것이니까요.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그 분을 다시 만나서
그 날 있었던 일을 한 번 객관적으로 찬찬히 정리해주고,
앞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한 번쯤 일러주실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님도 감정 정리가 좀 더 쉽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날의 상황은, 분명 상대방이 님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어요.
그저 미안하다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것은
그다지 성숙하지 못한 태도랍니다.
그 분과 한 번 만나서 찬찬히 상황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물론,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님이 그 때의 경험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잊고 싶은 기억이라도 한 번쯤은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런 경험이 님에게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요.
당시 상황이나 생각들, 지금의 감정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을 해서 글로 적어보세요.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스스로에 대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지금보다는 분명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그리고 님, 이전에는 스킨십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죠.
'처음'이라는 것이 님에게 좀 더 많은 의미를 갖게 하는 것 같네요.
물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그러나 처음이냐, 두번째냐, 열번째냐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 그 때의 경험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는 마세요.

앞으로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보세요.
분명히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중요한 건 님이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스스로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랍니다.
사실, 당시의 상황에서 님이 그렇게 잘못한 것은 없어요.
님의 마음을 빤히 알고도 무책임하게 행동한 사람은 상대방이죠.
그 사람은 님에게도,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니 님, 자기 자신에게 자꾸만 화살을 돌리지 마시고요.
자꾸 떠오르는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고도 하지 마시고요.
이런 시간은 곧 지날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어야지, 라고 다짐해보세요.

님의 상심한 마음에 위로를 드리고 싶네요.
사실 그런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사람들은 보다 소중한 관계를 배워가지요.

님, 기운 내시고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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