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점점 악화됩니다.

엄마가 아셨어요
제가 지방으로 대학을 온지라
기숙사에 한학기 지내다가
방학때부터 애인이랑 몰래 방을 잡았는데요
저희 엄마가 워낙에 저를 과잉보호 하시는터라
의심도 많구요
기숙사 점호시간에 맞춰 늘 전화가 옵니다
저는 대학교 새내기다 보니 술마시는 날도 점점 늘어가구요
놀러다니는 시간도 자꾸만 늦어졌습니다
물론 애인은 그 시간에 일을 했지만요
애인이 사는 쪽으로 원룸을 잡아서
학교랑은 거리가 쫌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자주 빠지게 되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아 했죠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밤이 되면 엄마 전화를 잘 받지도 않고
변명을 만들기 위해 3일정도 폰을 꺼두었습니다
휴대폰을 물에 빠뜨려서 수리를 맡겼다고 할 참이었거든요
자주 써먹은 방법이었지만 들키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엄마가 학과사무실, 기숙사에 전화해서
이미 일일이 확인을 다 해보셨더군요
저는 지레 겁을 먹고 그러고도 한 이틀 남짓 연락을 끊었던것 같습니다
애인도 제 어머니가 무서운걸 아는터라
같이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했습니다
정말 그냥 학교도 안가고 이대로 잠수라도 타버릴까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때도 학교 안가고 가출하고 했던것이
영 마음에 걸려 대학와서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성적도 꽤나 잘 받아서 엄마에게 신뢰를 어느 정도 얻었습니다
엄마도 의심은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별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절대 엄마의 뜻을 거역하진 않겠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냥 기숙사가 싫어서 엄마 몰래 나왔다
엄마한테 말하면 당연히 안된다고 할까봐 그랬다
정말 죄송하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웬일로 엄마가 걱정하시는 말투로
전화상으로는 별로 혼쭐을 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러고는 통화를 한 다음날 아침 엄마가 오시기로 했습니다
저는 애인의 외모가 좀 여성스럽지 않은터라
애인 보고 다른데 가 있으라고 말을 할려다가
그렇게 하면 더 의심하실까봐 그냥 있으라고 했습니다
물론 애인도 썩 내켜하진 않았지만요
저희 엄마는 속칭 돈놀이를 하십니다
아주 어렸을때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는 웬만한 아저씨들보다도 더 억세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삼촌들도 조폭들이 많습니다
엄마 밑에 계신 분들이라 저에게는 잘해주시지만요
엄마는 혼자 오시지 않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아줌마 한분과 삼촌 한분을 더 데려오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일찌감치 예상을 하신거죠
대학 오기전 제 애인이 집에 몇번 왔었거든요
본래 우리집에 누굴 데려온다는걸 별로 안 좋아하셨지만
그래도 서로를 맞추기 위해 큰 호통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기억을 하시더군요
저는 고등학교 선배라고 대충 둘러댔지만
저를 보고 처음 하시는 말씀이
"니 남자친구랑 같이 사나" 였습니다
저는 나름 안심을 하고 왜그러냐고 웃고 넘겼지만 그 다음 말이
"그람 니 동성연애하나" 였습니다
웬일입니까
엄마가 하는 일이 일인만큼 역시 호락호락하진 않았습니다
제 문자내역 같은것도 다 뽑아보시고
제 애인을 보자마자 쌍욕을 내뱉으시며 따귀를 내리쳤습니다
엄마가 한 성격하시기 때문에 저도 많이 맞고 자랐지만
저는 때리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정신병자라는둥 심한 말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애인에게 평생 지울수 없을 상처들을 너무 많이 안겨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제게
"니는 정상인데 저 가시나가 이상하네"
외모가 외모인지라 제 애인탓을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집에 가자며 다짜고짜 짐을 챙기셨습니다
같이 오신 아줌마와 삼촌 역시 판단을 위해 데려오신거 같았습니다
삼촌은 감싸주셨지만 아줌마와 엄마는 눈빛교환을 하며
확실하다는 싸인을 주고받는듯 했습니다
저희 엄마는 제 애인에게 주민번호와 이름, 전화번호를 강제로 적게 했습니다 (저보다 2살 많습니다)
엄마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거칠고 머리를 많이 쓰십니다
제 애인은 상황을 파악하고 제가 짐을 싸 던졌습니다
다시는 오지 말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엄마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애인은 엄마에게 따귀를 연속으로 몇대 더 얻어맞았습니다
그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다른 사람과는 다른 출생의 아픔을 겪었고
상처가 무지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부모님 얘기를 들먹거리며 또다시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는 짐을 차에 싣다가 저도 모르게 도망쳤습니다
파자마 차림에 슬리퍼, 돈 한푼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4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 애인은 그걸로 인한 상처가 컸는지 제가 싫어졌다고 하네요
제가 아직 너무 어린걸까요
엄마가 원망스럽고 이 모든게 엄마 탓인것만 같습니다
엄마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도 제 애인에게 제가 미안해야하고
다른 여자들을 이리저리 만나며 마음잡지 못하는 제 애인을 보는것도 괴롭습니다
저희 엄마는 제 애인에게 저를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언제까지 저를 찾지 못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둥 심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고 합니다
(후에 제친구를 통해 들은 얘기입니다)
그러고는 미행을 붙여서 저를 만나는지 안 만나는지 감시할것이며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으면 알아서 하라고 단단히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여전히 엄마가 싫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간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별의 아픔보다도 저에게서 마음이 떠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막막하구요
제가 없는 먼곳으로 며칠내로 떠난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른 사람처럼 당연히 집에 가라고 하시겠지만
저는 집에 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 사람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더이상 엄마랑 잘 지낼 자신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감시받고 서로에게 상처만 줄게 뻔합니다
미칠것만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시대유감